한 편의 시, 그 자체로 작품이 되다

입력 : 2025-06-18 13:45:00 수정 : 2025-06-18 15:54:56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부산작가회의·중앙도서관 주최
‘오롯이 시 앞에 서다, 詩전’ 열어
액자 전시로 색다른 감상법 제안


부산작가회의와 부산시립중앙도서관은 시집 속 한 편의 시를 낱장으로 분리해 작품으로 전시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김효정 기자 부산작가회의와 부산시립중앙도서관은 시집 속 한 편의 시를 낱장으로 분리해 작품으로 전시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김효정 기자

부산작가회의와 부산시립중앙도서관은 시집 속 한 편의 시를 낱장으로 분리해 작품으로 전시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김효정 기자 부산작가회의와 부산시립중앙도서관은 시집 속 한 편의 시를 낱장으로 분리해 작품으로 전시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김효정 기자

많은 시인이 한 권의 시집을 완성하기 위해 몇 년의 세월을 벼르고 단어 하나에도 수많은 날의 고민을 담는다. 하지만 독자에게 닿을 수 없는 시인의 언어가 안타까운 요즘이다.

부산작가회의 소속 시인들은 “요즘에는 글을 쓰는 고민뿐만 아니라 쓰인 시를 어떻게 사람들에게 다가가게 할지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한다. 부산시립중앙도서관에서 여는 행사 역시 사람들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고 싶은 시인들의 노력이자 고민의 결과물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말한 행사는 25일까지 중앙도서관 전시실에서 열리는 ‘오롯이 시 앞에 서다, 詩전’을 말한다. 아마도 ‘詩전’이라는 말이 생소한 이들이 많을 듯하다. 부산에서 이 같은 형식의 전시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일반적으로 시를 활용한 전시로 시와 그림이 함께 있는 ‘시화전’이나 캘리그래피의 다양한 서체를 사용해 시를 표현한 형태가 많았다. ‘詩전’은 이런 전시와 완전히 다르다. 시인이 자신의 시집에서 대표 시 1편을 선정해 책 속 낱장을 분리한 후 이를 액자에 담아 전시하는 것을 말한다.

부산작가회의와 함께 이 행사를 기획한 부산시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미술관의 그림 앞에 서서 그림과 대화하듯 시집 속 활자 그 자체로 흘러가는 문장을 읽는 순간은 한 편의 시와 더 가까이 만나게 되는 경험이다. 신선한 문화 충격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미술관의 그림 앞에 서서 그림과 대화하듯 한 편의 시 역시 오롯이 작품으로 깊게 감상할 수 있다. 김효정 기자 미술관의 그림 앞에 서서 그림과 대화하듯 한 편의 시 역시 오롯이 작품으로 깊게 감상할 수 있다. 김효정 기자

액자 속 한 편의 시를 읽은 후 같이 전시된 전체 시집을 보며 시인의 다른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김효정 기자 액자 속 한 편의 시를 읽은 후 같이 전시된 전체 시집을 보며 시인의 다른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김효정 기자

전시회 한쪽 책상에는 시를 필사할 수 있는 노트가 준비돼 있다. 김효정 기자 전시회 한쪽 책상에는 시를 필사할 수 있는 노트가 준비돼 있다. 김효정 기자

부산시립중앙도서관 2층 전시실에서 열리는 ‘詩전’을 소개하는 알림판. 김효정 기자 부산시립중앙도서관 2층 전시실에서 열리는 ‘詩전’을 소개하는 알림판. 김효정 기자

현장에서 직접 본 ‘詩전’은 색다른 매력이 넘쳤다. 부산작가회의 소속 38명의 지역 시인이 자신의 대표 시집 속 한 편의 시를 고른 후 액자 속에 소중히 넣었다. 시각예술 작품처럼 다가오는 액자 속 시는 단어 하나하나가 머리와 가슴 속에 고스란히 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액자 옆에는 그 시가 담긴 시집들이 같이 전시돼 있다. 마음을 흔드는 시를 발견하면 자연스럽게 함께 전시된 시집으로 손이 간다. 그 시인의 다른 시도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짧은 시는 한 페이지, 긴 시는 두 페이지가 오롯이 액자에 담겼고, 한 편 한 편의 시 작품이 굉장히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도 ‘詩전’의 재미이기도 하다.

현장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 액자를 전시했으며 한쪽에 책상과 의자를 마련해 마음에 드는 시를 필사할 수 있는 노트도 준비돼 있다. 참가한 시인들의 시집이 작은 책장에 꽂혀 있다.

이은주 부산작가회의 시분과위원장은 “출판 기념회, 문학 콘서트, 시인과의 만남, 시 낭송회, 시화전, 걸개시 등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번에 마련한 ‘詩전’이 시 그 자체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감상법이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부산온나배너
영상제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