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대표 간식인 팥빙수를 혼자서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한 ‘1인용 컵빙수’가 다시 한번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여러 명이 함께 나눠 먹어야 하는 큰 그릇이 아닌 손에 쥐기 좋은 일반적인 컵 크기에 빙수를 담아주는 컵빙수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유통업계에서 주목한 메뉴다. 해마다 각 브랜드에서 기존 빙수와 차별화하는 다양한 콘셉트의 빙수를 출시할 만큼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디저트를 전문적으로 파는 브랜드나 대형 제과·제빵 프랜차이즈가 아닌 저가형 카페 업계를 중심으로 바람이 일었다. 올해 여름을 겨냥해 잇달아 출시된 여러 메뉴들이 장마철을 앞두고 SNS를 통해 입소문을 제대로 탄 것이다. 어떤 브랜드가 더 맛있는지를 두고 직접 시식하며 비교해 보는 콘텐츠가 온라인상에 우후죽순 등장했다.
특히 지난 5월 말 엑스(X·옛 트위터)에서 한 누리꾼이 A사의 컵빙수 사진과 함께 “4400원에 이 맛이면 나는 맨날 사먹지”라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율)’를 칭찬한 게시글이 중요한 계기로 꼽힌다. 약 3주 동안 17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할 동안 해당 메뉴의 이른바 ‘품절 대란’ 소식이 전해졌고, 같은 브랜드의 인근 매장까지 찾았지만 “모두 실패했다”는 경험담도 쏟아졌다. 그러자 A사 알바생(아르바이트생)이라 밝힌 누리꾼은 “품절이라고 슬퍼하신 분들, 님들이 너무 많이 드셔서 재고가 소진된 겁니다. 알바생들이 빡쳐서 품절 띄운게 아니에요”라며 일각의 ‘거짓 품절’ 의혹에 억울함을 드러냈다. 다른 알바생은 “하루 종일 팥빙팥빙팥빙”이라며 “한번에 9잔 들어와서 눈물을 흘렸다. 진짜 이러고 또 팥빙이 들어왔다”고 실제 매장 내부 모습도 사진으로 올렸다.
실제로 많은 알바생들이 컵빙수는 ‘재료가 다양해 제조하기 어렵고, 사용하는 도구도 많다’면서 대체로 준비 과정에 손이 많이 간다고 토로했다. 평소 팔리던 커피나 음료 메뉴에 비해 작업 시간도 늘어나 점주 입장에서는 그렇게 많은 이익이 생기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알바생들 눈물이 엄청 들어가서 매우 짜니까 맛이 없다”며 ‘절대 먹지말라’고 주장하는 익살스런 게시글도 나타났다. 심지어 “꿈에서도 빙수를 만들었다. 제발 경쟁 브랜드인 B사·C사로 가달라”며 비슷한 구성의 타사 컵빙수 구매를 강력히 권유하는 웃픈(웃기지만 슬픈) 호소글도 나왔다. 여기에 전년보다 판매량이 증가한 B사·C사 알바생들 역시 다른 브랜드를 추천하는 광경이 펼쳐졌고, 이를 두고 서로 ‘(주문)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며 해학적으로 분석한 숏폼 영상도 320만 조회수를 넘겼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