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랜드마크 기대했는데…반 쪽짜리된 ‘빅트리’

입력 : 2025-07-02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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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트리 60m에서 40m로 축소
메인나무 미설치, 모양 변질돼
시 “태풍 등 발생 때 사고 우려”
시민 “일반 전망대로 지었으면”

경남 창원시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대상공원 내 조성되는 빅트리 애초 조감도. 창원시 제공 경남 창원시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대상공원 내 조성되는 빅트리 애초 조감도. 창원시 제공

경남 창원시 도시공원 한복판에 추진 중인 초대형 인공나무 ‘빅트리’가 사실상 반쪽짜리 사업으로 전락했다.

창원시가 안전을 이유로 이파리 없이 줄기만 세우는 식으로 사업안을 바꾸면서 웅장한 랜드마크를 기대해 온 지역 주민 사이에는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25일 창원시에 따르면 2020년 시행된 도시공원일몰제(공원부지 해제)에 따라 성산구 대상공원이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으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전체 면적 105만여㎡에 87.3%를 공원으로 조성한 뒤 이를 창원시에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부지에 1800세대 정도의 아파트와 상업시설 건립 등 수익 사업을 하는 게 골자다. 총사업비는 9553억 원가량으로 올 하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공원 부지에는 맘스프리존, 빅브릿지, 셀파크, 산책로 등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 가운데 가장 기대를 모아온 빅트리는 야경이 화려하기로 유명한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빅트리를 참고해 무려 344억 원을 투입했다.

높이 40m로 아파트 15층 규모인 빅트리의 현재 공정률은 93%. 상부에 동물 형상의 의자 6개와 인공나무 16주가 설치됐다. 창원 도심을 내려다보는 전망대의 역할도 하게 된다.

내부에는 명상센터와 미디어파사드, 엘리베이터 3개가 조성된다. 전망대의 운영 주체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용역을 진행 중이다. 입장료는 진해해양공원 솔라타워와 비슷한 1000~3000원 안팎으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남 창원시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대상공원 내 조성되는 빅트리 공사 현장. 창원시 제공 경남 창원시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대상공원 내 조성되는 빅트리 공사 현장. 창원시 제공

그러나 공사 과정에서 빅트리는 애초 계획된 나무 모양이 아닌 아래와 위가 굵은 원통형 스타일의 건축물로 바뀌면서 뒷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랜드마크급의 거대한 나무 조형물을 기대하던 창원시 도심에서는 커다란 원통 위에 인공나무 몇 그루를 식재하는 식으로 사업이 변질되자 실망이 적지 않다. 지역 커뮤니티 등에서 현장 사진이 게재되며 “차라리 없는 게 낫겠다”라는 등 노골적인 불만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의창구에 사는 한 주민은 “처음에 저 건물은 무슨 공장 굴뚝인가 하고 생각했다”면서 “나무 머리를 댕강 잘라놓은 식이니 흉물스럽다”고 말했다.

성산구에 거주 중인 또 다른 주민은 “애초에 이렇게 지을 거면 나무 모양을 고집하지 말고, 서울 남산타워처럼 아예 전망대로써 기능성과 효율성이 높은 형태로 지어지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앞서 창원시는 2019년 도시공원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 경관위원회 심의를 거쳐 2022년부터 건축허가를 내고 빅트리 착공에 들어갔다.

처음 설계상 빅트리 상부에 약 20m 높이의 메인 인공나무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메인나무 주변으로 작은 인공나무도 추가해 줄기부터 이파리까지 우람한 나무 형태로 건축 밑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창원시가 돌연 지난해 5월 경관위원회 심의를 통해 돌연 메인나무를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그 외 다른 사업 계획은 기존 그대로다.

창원시 관계자는 “대형 인공구조물인 메인나무에 대해 기본적인 검토나 점검이 이뤄졌으나 혹여 태풍 등 자연재해 발생 시에도 안전사고 없이 잘 유지·관리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돼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최종적으로 메인나무를 아예 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 등 여론 수렴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창원시는 메인나무를 미설치하면서 확보된 예산 20억 원으론 빅트리 조명 등 내·외부 시설 확대에 사용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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