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프러너(Solopreneur). 1인(Solo) 기업가(Entrepreneur)라는 의미의 합성어다. 1인 자영업자 의미로 출발했다가 최근 생성형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1인 스타트업을 지칭하는 용어로 확장됐다. 예컨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려면 웹 개발자와 디자이너, 마케터, 콘텐츠 제작자 등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 AI가 소스 코드, 디자인, 제품 설명에 마케팅 전략까지 만드는 세상이다. AI를 잘 다룰 줄 알면 한 사람이 이 모든 역할을 ‘지휘’할 수 있다.
‘커서(Cursor)’ AI를 이용하면 코딩 문외한도 근사한 홈페이지를 뚝딱 만든다. 한글 프롬프트를 이해하고, 무료 회원 제약이 없어 일반인 진입 장벽이 사라졌다. 예컨대 특정 주제의 홈페이지 제작을 명령하면 순식간에 스타일 정보(CSS)와 동적 기능(PHP)까지 갖춘 페이지를 생성한다. “테일윈드 CSS로 세련되게 바꿔.” “푸른색 바탕으로 교체해.” “유튜브 동영상을 넣어.” AI가 주제에 맞춘 이미지와 콘텐츠를 생성하는 것도 당연. 숙련된 조수 여럿의 몫을 수행한다고 보면 된다. 이러니 한 초등생이 ‘커서’를 익혀 45분 만에 ‘해리포터 챗봇’ 페이지를 만들었을 정도다.
IT 업계에 미친 영향은 ‘커서’가 먹통이 되면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접속 불능, AI 기능 미작동 상태가 발생하자 국내는 물론 해외 개발자 커뮤니티에는 “오늘 할 일이 없어졌다”며 난리였다. 특히 “‘유기농 코딩(수작업)’으로 돌아가자(Back to organic coding)”는 푸념도 많았다. 이미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기업은 코드의 25%를 AI가 만든다. IT 업계에 대량 해고가 잇따르는 이유다. 반복적이고 단순해서 표준화가 된 업무를 맡는 저연차 보조직이 사라지고 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IT 업체가 몰린 판교·강남에서 신규 채용 공고가 급감했다. AI로 대체 가능한 기존 인력은 희망 퇴직과 전환 교육 대상이다. ‘AI 구조조정’인 셈이다. 하지만 AI·클라우드·데이터 전문 인력, 기획·전략·관리·소프트 스킬 기반 직무는 수요가 급증해 ‘귀하신 몸’이다. AI 관련 전문성에 인간 고유 능력, 즉 창의성을 결합한 융합형 인재는 각광을 받는다. 코딩을 몰라도 창의성에서 뛰어난 인문계 전공자의 생산성이 더 높을 수 있는 세상이다. 챗GPT 충격파로부터 불과 2년 7개월 만에 일과 인재의 개념은 급변했다. AI 기능을 잘 다루는 ‘슈퍼 개인’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김승일 논설위원 dojune@busan.com
김승일 논설위원 dojun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