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부산·울산·경남 지방선거·총선에서 위법 행위로 형이 확정된 출마자가 국가에 반환하지 않은 선거 비용이 40억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관리위원회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뚜렷한 회수 방법이나 법적 장치가 없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일 부울경 각 시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부울경에서 열린 선거에서 출마자 15명이 선거비용 총 40억 5698만 원을 반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선·낙선자나 그 가족, 캠프 회계 책임자 등이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 원 이상(당선자 벌금 100만 원 이상) 확정되면 선관위로부터 보전받은 당시 선거 비용을 모두 반환해야 한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부산에서 선거 관련 반환기탁금·보전비용을 반환하지 않은 후보자는 6명이다. 액수는 총 17억 2587만 원이다. 선거·정당별로 구분하면 △제6회 지방선거 2명(새누리당, 무소속) △재보궐선거 1명(무소속) △제7회 지방선거 2명(더불어민주당, 무소속) △제8회 지방선거 1명(무소속)이다. 이들 중 제6회 지선에 출마한 새누리당 광역의원과 제7회 지선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기초단체장, 제8회 지선에 출마한 무소속 교육감 등 3명은 선거에서 당선됐다.
경남에서도 미반환액이 상당한 수준이다. 최근 10년간 경남의 선거 관련 반환기탁금·보전비용 미반환자는 8명으로, 총 19억 330만 원에 이른다. 이들 역시 교육감·국회의원·기초단체장·광역의원·기초의원 등 다양한 선거에 출마해 실제 5명은 당선되기도 했다. 같은 기간 울산에선 1명이 4억 2781만 원의 선거비용을 반환하지 않았다.
반환 고지를 받은 이들은 그날로부터 30일 이내 돈을 납부해야 하며 기한을 넘기면 선관위는 대상자 주소지 세무서장에게 반환금 징수를 위탁한다. 관할 세무서는 반환 대상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동산 등 자산에 대해 압류·공매 등 강제집행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대상자가 소유하고 있는 재산이 없는 경우 문제가 커진다.
선관위와 세무서는 보전금 미납 시 국가재정법에 따라 채권 소멸시효를 5년으로 잡고 환수 절차를 밟는다. 이후 소송까지 돌입하지만 보전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이를 처벌할 규정이 따로 없는 것이 법의 맹점으로 지적된다. 보전금 관련 소송을 해도 소멸시효를 10년 더 늘리는 게 전부다.
소멸시효가 끝날 때까지 재산이 없으면 결국 ‘징수 불가’ 판단을 내리게 된다. 출마자 입장에서는 버티기를 할 경우 징수를 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인 셈이다. 일부 출마자들은 향후 투표율 미달, 선거법 위반 소송 등에 대비해 자산을 타인에게 양도한 뒤 출마를 하는 악용 사례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반납을 근절하기 위해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21대 국회에서 관련 개정안이 나왔지만 실제 개정에는 이르지 못했다. 선거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이 같은 도덕적 해이가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조재욱 교수는 “고액 세금 미납자는 신상이 공개되는데, 유권자 알권리 차원에서라도 공직선거법에도 이 같은 법이 적용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국민 주머니만 털어가는 세태를 바꾸기 위해선 정치인들이 먼저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