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다투던 부모를 피해 방에 틀어박혔고 책에 빠져들었다. 책은 현실 도피 수단이었고, 인간 심리를 가르쳐주는 학교였으며 괴로운 마음을 승화하는 장이었다. 홀로 이야기 세계에 빠져드는 시간이 무엇보다 행복했고, 독서란 오로지 자신의 깊은 내면을 향해 있었다.
외롭고 힘들었던 성장기, 책은 저자가 삶을 버틸 수 있게 했다. 사서이자 번역가로 일했던 저자는 번역 스승의 소개로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리는 독서회에 처음 나간다. 그렇게 독서 모임에 참가한 지 29년째이고, 독서회는 저자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같은 책을 읽으며 함께 나이를 먹었다는 신뢰감은 엄청나게 크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독서회에서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의 감상을 듣고 있으면, 읽기의 감각이 되살아나고,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더디 읽히는 소설을 같이 읽어주는 페이스메이커가 바로 독서회였다.
책은 30년 동안의 독서 모임을 운영할 수 있었던 지침서이자 인생살이 이야기이기도 하다. 2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있는 독서회에서 저자는 인생을 배웠다. 함께 책 읽는 행위란 결국 서로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며, 책은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을 구하는 존재임을 느끼게 된다.
독서모임의 참맛, 독서모임 잠입기, 도서관 사서로서 학교에서 주최하는 독서모임, 독서모임에서 다루어온 고전문학, 번역가가 중심이 되어 참여하는 독서모임, 독서모임 기록의 효용 등 저자가 오랜 기간 독서모임에 참여해 느낀 매력과 솔직한 소감이 담겨 있다.
독서는 혼자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취미 활동이지만, 독서회라는 자리에서 자기 생각을 풀어놓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며 마음이 개운해진다. 독서회를 경험해 보길 강력하게 추천한다. 무카이 가즈미 지음·한정림 옮김/정은문고/252쪽/1만 90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