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외국산 크레인 장비와 제어시스템에 의해 과점돼 온 부산항 신항 컨테이너터미널 시스템 교체 사업에 국내 업체가 참여하게 됐다. 시간당 생산성이 크게 높아지는 효과를 가져와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 안양에 본사가 있고, 부산과 거제에 지사를 둔 지에스아이(주)가 그 업체다. 항만 크레인 제어시스템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특화된 기업이다. 지에스아이의 한서진 대표를 만났다. 그는 2000~2003년 한국항만크레인기자재협의회 초대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한 대표는 “그동안 부산항 신항 컨테이너터미널의 크레인은 중국 크레인 제조업체와 스웨덴 전력전자 제어시스템 기업인 ABB가 과점해 왔다”며 “지에스아이는 올해 1월부터 야드 크레인을 제어하는 ABB 시스템을 자사 시스템으로 교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컨테이너 항만에는 컨테이너를 들어올려 트레일러에 싣거나 선박에 옮기기 위한 크레인이 필수적이다. 또 여기에는 크레인을 제어하기 위한 제어시스템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크레인을 원격으로 조종하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크레인 자동화에 필수적인 인공지능시스템과 스마트항만 기술을 개발해 시스템을 교체한 뒤 시간당 생산성이 20% 향상됐다”며 “또 원격 운전자 개입 없이 외부 트레일러의 컨테이너 반입·반출을 자동으로 실현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전 세계 항만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생산성 향상 부분에 있어서 내부 트레일러로부터 컨테이너를 크레인이 들어 올려 장치장에 놓는 시간이 기존 시스템이 개당 1분 50초 소요되던 것에서 자사 시스템으로 교체 이후 1분 20초로 단축됐다는 설명이다.
지에스아이는 부산신항만주식회사(PNC) 야드크레인 69대 업그레이드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크레인이 모두 새 시스템으로 교체되면 PNC의 컨테이너 반입·반출 속도가 이전보다 훨씬 빨라질 것이라는 게 한 대표의 말이다.
한 대표는 “특히 해외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에서 부산신항만에 들어간 제어 시스템으로 바꿔달라고 하고 있다”며 “호주의 터미널과 인도네시아의 터미널 등 다수의 해외 컨테이너터미널과 공급 계약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에스아이는 크레인에 배터리를 탑재한 자동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정부 연구개발 과제로 진행해 지난달 성공적으로 시연회를 마쳤다. 한 대표는 “기존 야드크레인은 디젤엔진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매연 발생이 많다”며 “이 시스템이 적용되면 컨테이너터미널 현장의 대기환경 개선과 함께 자동화 터미널의 야드 운영에도 크게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항 신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배후단지 공급과 연결 철도·도로망 구축, 물동량과 하역능력 등이 모두 유기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그 중에서도 반입·반출 속도를 높이고 안정적으로 크레인을 운영하는 일은 국내외 선사들이 꼭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지에스아이는 이 같은 작업의 중요성을 알고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등 여러 대학의 석박사 고급 인력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 물류산업 글로벌화를 위해 세계 곳곳의 컨테이너항만과 울산의 HD현대, 거제의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현장을 오가며 협업을 진행 중이다.
한 대표는 “새 정부의 인공지능산업 육성이라는 정책에 힘입어 해양수산부와 산업부 등 정부 부처의 제도적 뒷받침이 되면 국내 컨테이너 항만의 스마트화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이는 곧 국내 컨테이너터미널의 경쟁력을 높여 수출입 산업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