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자치 분권 확대’를 언급하며 지방분권형 개헌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에 따른 폐해를 연이어 경험했다. 최근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로 사회 갈등이 심화되고 대외 신용도가 추락하는 등 국가적인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띄운 개헌 논의는 시대 상황에 비춰볼 때 거스를 수 없는 소명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문제는 개헌의 방식과 방향이다. 개헌 시기와 방식에 대한 논의는 새 정부 내각 구성이 완성된 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제헌절 77주년을 맞은 17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며 “계절이 바뀌면 옷을 갈아입듯, 우리 헌법도 달라진 현실에 맞게 새로 정비하고 다듬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이끄는 나침반이 될 새 헌법은 아픈 역사를 품고 정의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선언이어야 한다. 국민 모두의 꿈과 염원이 담긴, 살아 움직이는 약속이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개헌 방향으로 5·18 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수록, 국민 기본권 강화, 자치 분권 확대, 권력기관 개혁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특히 국민 중심 개헌이라는 용어를 쓰며 국민의 뜻이 충실히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뜻도 비췄다.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도 단계적이고 연속적인 개헌이 꼭 필요하다며 개헌 논의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우 의장도 제헌절 경축식에서 “국회와 정부, 국민이 모두 흔쾌히 동의할 수 있는 최소 수준의 개헌으로 첫발을 떼는 것이 꼭 필요하다”며 전면적 개헌보다 단계적이고 연속적인 개헌을 강조했다. 우 의장은 대표적인 개헌론자로 지난 대선 때 개헌 투표를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후보 시절에 “빠르면 내년 6월 지방선거, 조금 늦으면 그다음 총선에서 할 수밖에 없다”며 구체적인 개헌 시점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이제 주사위가 던져진 개헌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개헌은 국가의 근간을 바꾸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하지만 87년 체제의 산물인 현행 헌법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은 거세다. 더욱이 지난해 말 불법적인 비상계엄 사태를 경험하면서 이런 공감대는 한층 확산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변화된 상황에 맞게 헌법을 손질해 새로운 미래를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국민의 기본권과 자치 분권을 강화하는 것은 뒤늦은 감도 있다. 특히 망국적인 수도권 일극주의를 완화하기 위해 지역균형발전 방안도 반영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다시는 불법 계엄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여야가 국민 여론을 충실하게 수렴해 개헌 논의에 나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