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청산을 포함한 당 쇄신 방안을 두고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와 당내 인사들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혁신위 출범 10여 일만에 지도부 간 충돌이 새로운 불씨로 떠올랐다.
혁신위는 지금까지 △계엄·탄핵 사죄를 당헌·당규에 명시 △단일지도체제 채택과 최고위원회 폐지 △당원소환제 강화 등 세 가지 혁신안을 발표했다. 당 지도부는 오는 21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이를 논의할 계획이다. 애초 20일로 예정됐던 의총은 전국 폭우 피해 점검을 위해 하루 연기됐다.
하지만 혁신안에 대한 당내 기류는 냉랭하다. 당 안팎에서는 “의총이 논의의 장이 아니라 성토의 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갈등의 불씨는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제안한 인적쇄신안에서 시작됐다. 그는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을 1차 인적 쇄신 대상으로 거론하고, 당 대표를 국민 여론조사 100%로 선출하자는 방안을 언급했다. 그러나 두 안건 모두 혁신위 내부 논의를 거치지 않은 개인 의견으로 확인됐다. 이에 나경원 전 의원은 “자해행위”라고 반발했고, 장동혁 의원은 “선거할 때만 쓰고 버리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인적 쇄신안과 전대 룰 변경은 의총 안건에서 제외됐다.
논란은 이어졌다. 윤 위원장은 지난 17일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회의 때 있었던 얘기니까 그냥 ‘다구리’라는 말로 요약하겠다”고 발언했다. ‘다구리’는 집단 괴롭힘을 뜻하는 속어로, 발언 직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다음 날 브리핑은 윤 위원장이 아닌 호준석 대변인이 대신 진행했다. 이를 두고 “비판을 의식한 조치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의총에서 혁신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지도부가 관리형 비대위라는 점에서 혁신안 수용 여부를 8·22 전당대회 이후 선출되는 차기 지도부로 넘기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특히 다음 달 22일로 전당대회 일정이 확정되면서 혁신위의 존재감은 한층 옅어졌다.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되면 관심은 차기 당권주자 경쟁으로 쏠리고, 혁신위의 쇄신 논의 동력은 급격히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혁신안이 의총에서 부결되거나 논의가 미뤄질 경우, 조기 해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내에서는 윤희숙 혁신위가 2023년 지도부·중진·친윤계 불출마를 요구하다 해산한 인요한 혁신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