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비와 보브.
토미 드 파올라의 <오른발, 왼발>(비룡소)에 등장하는 손자와 할아버지의 이름이다. 손자 보비에게 보브 할아버지는 ‘가장 친한 친구’였다. 아기 보비가 처음 한 말이 ‘보브’였을 정도로 말이다. 보비에게 걸음마를 가르쳐 준 것도 보브였다. 그는 손자의 두 손을 잡고 찬찬히 걷는 방법을 알려줬다. “오른발, 왼발. 따라 해 보거라.”
보비의 다섯 번째 생일이 지난 며칠 뒤 보브 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다. 한참 뒤 집에 돌아온 할아버지는 예전과 달랐다. 아무 말 없이 의자에 앉아 있기만 했다. 보비는 어떻게 할아버지를 다시 웃게 만들 수 있을까. 보비는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해준 방식으로 보브를 대했다. 블록 쌓기를 보여주고, 식사하는 것을 도와주고,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느 정도 회복한 보브 할아버지가 집 밖에 나온 날, 보비가 그 앞에 섰다. 자기 어깨를 짚은 보브에게 보비는 말했다. “오른발, 왼발. 따라 해 보세요.”
자신에게 걷는 법을 가르친 이에게 같은 방식으로 걷기를 알려주는 일. 자신이 받은 돌봄을 되돌려주는 시간은 모두에게 온다. 1981년에 세상에 나온 ‘보비와 보브의 이야기’로 사랑하는 이와의 함께 걷기를 생각한다. 잔잔하게 울림을 전하는 그림책이 오랜 세월 독자와 함께한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난 다시 걷기 시작했어.’ 올봄에 나온 홍우리의 <나는 다시 걸어요>(밝은미래)도 누군가의 걷기를 응원한다.
휠체어에서 일어난 주인공은 천천히 공원을 걷는다. 그의 시선을 통해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걷고 있음을 알게 된다. 손을 잡고, 지팡이를 짚고, 유모차를 몰고, 안내견의 도움을 받으며 걷는 이들이 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걷고, 걷다가 쉴 수 있고, 새로운 길에 도전할 수 있다. 사람마다 걷는 모습·속도·방향이 다르겠지만, 걸으면서 각자 나름의 길을 만들어 나간다. ‘저마다 가능한 걷기에 나선 모두의 한 걸음에 응원을 보내며!’라는 작가의 말에 ‘공감’의 하트를 더한다.
며칠 동안 미친 듯이 내린 폭우에 많은 것을 잃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다시 일어나서 같이 걸어보자’라며 손을 내미는 따뜻한 마음. 실의에 빠진 이웃을 위로하고 복구를 돕기 위해 길을 나선 이들의 발걸음에 감사 인사를 전한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