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도시 표정 '파사드'

입력 : 2025-07-20 17:56:21 수정 : 2025-07-20 17: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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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드(facade)는 본래 얼굴(face)이나 겉모습(appearance)을 의미하는 라틴어 facies에서 유래했다. 건물을 마주할 때 맨 먼저 시선을 끄는 입구 정면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최근에는 그 범위가 확장돼 건물 전체 외벽을 뜻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파사드는 단순한 벽이 아니라 건물이 세상에 드러내는 표정이자 얼굴이다. 최근에는 이 파사드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각을 지우고 선을 휘게 하며, 전통적 건축 문법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조형미를 추구한다. 바로 비정형성의 탐구다.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현대 건축의 새로운 지평을 연 프랭크 게리는 비정형 파사드를 구현하는 대표적인 건축가다. 마치 건물이 갑옷을 입은 듯하거나, 종이가 제멋대로 구겨진 듯한 독특한 형태, 그 대표작이 바로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사람들은 이 건축물을 누가 설계했는지는 잘 몰라도 “아 그 건물”이라고 단번에 알아볼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긴다. 비정형의 파사드 미학을 잘 보여주는 그의 건축물은 손으로 꼽기조차 힘들 정도다. 몇몇 건축물은 직각의 틀을 벗어나 파편화되거나 뒤틀리고, 때론 파도가 일렁이는 듯한 곡선을 이룬다. 어떤 건축물은 마치 천으로 이어 붙인 조각보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역시 비정형 파사드 건축물의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비정형 파사드는 이미 도시의 개성을 말해주는 언어가 됐다.

부산오페라하우스의 비정형 파사드가 최근 모습을 드러냈다. 내년 말 준공을 목표로 하는 부산오페라하우스는 현재 전체 공정률이 63%에 이르며, 이 중 파사드 구조체 공사는 이미 95% 정도 진행된 상태다. 이 건축물의 비정형 파사드는 ‘진주를 품은 조개’를 형상화한 곡면 외벽으로, 여기에는 건축물의 부재를 꽈배기처럼 꼬아 건물의 곡면을 형상화하는 트위스트 공법이 적용됐다.

비정형의 파사드 건물들이 하나둘 모이면 도시의 표정은 훨씬 다양해진다. 과거 부산의 건물 표정은 단조롭고 딱딱했다. 사각의 틀 안에 갇힌 회색 건물들이 도시 인상의 전부였던 때도 있었다. 호불호를 떠나 그걸 깨뜨린 게 주거 건축에서는 2011년 완공된 해운대 아이파크(IPARK)였다. 곡선의 기하학적 디자인을 선보이며 도시의 표정에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적인 도시들과 비교하면 그 변화의 속도는 느리다. 비정형의 파사드가 단조롭고 무미건조한 도시 건축에 활력을 불어넣고, 부산이라는 도시 표정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가는 시작점이 되었으면 한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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