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운조합, 그리고 선사들은 청년들이 섬을 더욱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바다로 티켓’을 도입했다. 이는 만 25세 이하 청년들에게 일정 기간 참여 항로의 연안여객선 운임을 할인해 주는 제도로, 도입 초기부터 큰 관심을 끌며 청년 해양관광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청년들이 일반열차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어 배낭여행 문화를 부활시키고 전국 곳곳을 누비게 했던 철도 여행 상품 ‘내일로’의 해양과 섬 버전이기도 했다. 도입 당시의 바다로 티켓은 분명 신선하고 파격적인 시도였다.
‘열정! 바다로’(여름), ‘낭만! 바다로’(겨울) 두 시즌으로 운영된 바다로 티켓은 한 장으로 여러 지역의 섬을 여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청년 여행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2015년에는 43개 항로, 55척의 선박이 참여하며 시작되었고, 2016년에는 80개 항로 123척, 2017년에는 84개 항로 142척이 참여하는 등 바다로 티켓은 명실상부 해양관광을 위한 대표 할인 티켓으로 자리 잡았다. 이용객이 많아지자, 한국해운조합은 바다로 티켓 전용 헬프데스크를 운영하기도 했다. 또한 계절권 중심이었던 판매 방식을 연중 통합권으로 전환하고, 이용 가능 연령대를 확대했으며, 가족 이용권의 혜택 인원을 늘리고 가격을 인하하는 등 다양한 개선이 이뤄져 바다로 티켓의 매력을 더했다.
2015년 도입… ‘내일로’의 해양·섬 버전
한 때 섬에 방문객 느는 효과 안겨 줘
최근 이용 항로 줄고 정보 접근 어려워
예매 시스템 개선·제도적 확대 등 필요
이와 함께 해수부는 여객선 안전과 편의 향상을 위해 모바일 승선권을 도입하고, 실시간 운항정보 시스템과 온라인 예매 시스템을 확충했으며, 최근에는 네이버 지도에서 여객선 항로 조회 기능까지 제공하면서 청년층의 해양 접근성 확대와 함께 섬 주민들에게도 방문객 증가라는 긍정적 효과를 안겨주었다.
하지만 지금의 바다로 티켓은 과거의 활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2024년 기준으로 참여 선박은 48척, 항로는 39개에 불과했고, 올해는 58척, 42개 항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바다로 티켓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울릉도, 거문도, 흑산도 등 주요 도서 노선에서 운항하는 선사들이 할인 참여를 중단한 것은 많은 여행자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이들 지역은 교통비가 비싸 할인 효과가 컸던 곳이기에 더욱 아쉬운 결정이다. 특히 울릉도의 경우, 과거에는 바다로 티켓 홍보 시 가족 여행 사례를 통해 할인 전후 금액을 비교 제시하며 대표적인 수혜지로 소개되기도 했지만, 2023년부터 할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실제로 2024년 기준 일반항로 수송 실적 상위 30개 노선 가운데, 올해 바다로 티켓이 적용되는 구간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에 할인에 따른 선사의 적자를 줄이고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이용 횟수를 연간 12회, 동일 항로 3회로 제한했다. 그 결과 작년보다는 이용 가능한 선박과 항로 수가 소폭 증가했지만, 한때 80개 이상의 항로와 140척이 넘는 선박이 참여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이처럼 이용 가능한 항로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현 상황은 바다로 티켓이 지닌 본래 취지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연안여객선 예매 사이트가 개편되었지만, 여전히 도착지 표기나 터미널 정보 등 기본적인 정보 제공이 미흡해 예매 과정에서 혼선을 겪는 경우가 많다. 도착지 명칭에 도서명과 선착장 명이 혼재되어 있거나, 혼동을 줄 수 있는 표기가 사용되며, 주요 항로와 선착장이 검색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금일도 일정항의 경우 출·도착지가 ‘금일-일정’으로 표기되지만, 같은 금일도의 동송항은 단순히 ‘금일도’로만 표기되어 있어 일관성이 떨어진다. 우이도는 ‘우이1구’, ‘예리’ 등으로 나뉘어 표기되어 있는데, ‘우이도-예리’와 같은 방식으로 통일하는 것이 보다 명확할 것이다. 또한 금일도를 오가는 당목항은 실제로는 약산도에 위치해 있음에도 출도착지가 ‘약산도’로만 표시되어 있어 혼동을 야기한다. 금당도의 경우 노력항에서 출발하는 배편은 아예 검색되지 않아 접근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섬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정보 접근의 장벽이 높다.
청년들의 자발적인 섬 여행을 장려하고, 연안여객선의 공공성을 실현하겠다는 바다로 티켓의 본래 취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실제 이용자, 섬 주민, 선사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과 제도적 확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울러 앞서 지적한 예매 시스템의 기본적인 편의성 개선은 물론, 숙박·음식점·관광지 입장료 등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연계 할인 혜택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 청년과 섬, 그리고 해양관광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바다로 티켓이 다시 본래의 취지와 활기를 되찾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