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20만 원 세부 티켓’… 승객은 웃지만 항공사는 ‘한숨’

입력 : 2025-07-22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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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여파
공정위, 좌석 감소 등 막기 목적
옛 운임·노선 일부 유지 명령
과잉 공급에 가격 낮추기 경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여파로 에어부산이 부산~필리핀 세부 등 폐지된 노선의 운항을 재개한다. 부산 김해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이동하는 에어부산 항공기. 부산일보DB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여파로 에어부산이 부산~필리핀 세부 등 폐지된 노선의 운항을 재개한다. 부산 김해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이동하는 에어부산 항공기. 부산일보DB

직장인 김 모(33·북구) 씨는 다음 달 김해국제공항에서 필리핀 세부로 떠나는 에어부산 항공권을 보고 깜짝 놀랐다. 김해~필리핀 세부를 왕복하는 항공권이 공항 이용료 등을 포함하면 왕복 20만 원 초반대였다. 통상 이 시기 동남아 노선 항공권이 왕복 40만~50만 원을 넘는 것과 비교하면 ‘폭탄 세일’이었다. 김 씨는 “동남아 여행을 자주 가지만 필리핀 왕복 항공권이 20만 원 정도면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직장에서도 세부에 관심을 보이는 동료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두 거대 항공사 합병 여파로 에어부산·진에어 일부 노선의 항공권이 최저가에 시중에 풀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치로 과거 폐지한 노선을 부활시키며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인데 시민들은 낮아진 해외 문턱에 환호하나 항공업계는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다.

22일 에어부산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오는 25일부터 부산에서 필리핀 세부로 떠나는 노선 운항을 2년여 만에 재개한다. 통상 부산발 동남아 항공편은 항공사마다 하루 한 편이 최대지만, 에어부산은 다음 달부터 하루 두 차례 세부로 비행기를 띄운다. 해당 노선은 2011년 3월 취항했다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3년 3월 에어부산 내에서 노선을 재편할 때 사라졌다. 에어부산은 부산~세부 외에도 부산~미국 괌, 부산~일본 나고야 노선 운항도 차례대로 재개할 계획이다. 이들 노선 역시 2023년 3월 노선 재편 때 사라진 바 있다.

과거 노선들이 부활하는 이유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여파 때문이다. 2022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에어부산과 진에어 등 자회사들에게 2019년을 기준으로 노선과 운임을 일정 비율로 유지할 것을 명령했다. 기업 합병으로 운임 인상, 공급 좌석 감소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차원으로 2034년 12월까지 해당 조치가 유효하다.

결국 두 거대 항공사 합병이 과거 폐지된 노선들의 재등장으로 이어진 것인데, 이미 과잉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노선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노선을 추가해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에어부산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부산발·인천발 국제선 총 23개 노선을 대상으로 항공권 할인 프로모션을 시행해 정상가 대비 최대 98%까지 할인을 제공했다. 진에어 역시 얼리버드 특가를 통해 세부 노선 항공권을 정상가 대비 96% 할인된 6만 7000원에 제공했다.

항공업계는 “세부나 괌 같은 노선은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아 노선 수익이 그렇게 높지 않은 편”이라며 “가뜩이나 과잉 공급된 노선들이라서 항공권 가격을 낮추는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 조치 외에는 독과점 구조로부터 항공 시장을 보호할 장치가 부족하다고 지적도 제기된다. 2034년 행태 조치가 끝나고서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노선 축소, 운임 인상 등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라대 항공운항과 최인찬 교수는 “미국은 독점 금지법으로 강력한 제재 장치가 있으나 한국은 그렇지 않다”며 “합병으로 인한 소비자 권익 침해가 예상되기에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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