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항만 일대를 관광·문화 복합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북항 재개발 사업을 비리로 얼룩지게 만든 공기업 간부, 민간 개발업자, 브로커 등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내 최초이자 최대 항만 재개발 부지에 생활숙박시설 등을 성사하기 위해 100억 대의 ‘검은돈’이 오갔고, 사업 평가위원 정보 등이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지검 반부패수사부(국원 부장검사)는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부산항만공사(BPA) 재개발사업단 전 투자유치부장 A 씨와 시행사 대표 B 씨, 시공사 임원, 브로커 등 6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법원에 허위 자료를 제출한 시행사 부사장 등 9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비리는 BPA가 상업 업무지구 D-2, D-3 구역 토지 등을 공개 경쟁으로 입찰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검찰에 따르면 A 씨 등 8명은 2018년 3월부터 11월까지 BPA 공모 지침서와 입찰 평가위원 후보 명단을 작성해 유출하고, 관광숙박시설 사업계획서를 부산시에 제출한 특정 컨소시엄이 D-3 구역을 낙찰받게 만들도록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BPA는 생활숙박시설 도입 계획을 세운 업체에는 가장 낮은 점수를 주고, 특급호텔 등 관광·비즈니스 시설을 도입하려는 업체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줄 방침이었다.
그중 BPA 간부 A 씨는 2019년 10월 부산시에 특정 컨소시엄이 생활숙박시설 사업 계획으로 낙찰받은 것처럼 허위 공문을 보내 2020년 4월 생활숙박시설 건축 허가를 내게 만든 혐의도 받는다. 시행사 대표 B 씨는 수사 도중 사망한 BPA 전 재개발추진단장에게 D-3 블록 낙찰 등을 대가로 2021년 5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용역 계약을 통해 11억 원을 뇌물로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사망한 BPA 전 단장은 시행사 측에 평가위원 후보 명단을 유출했고, 시행사가 추천한 6명 중 5명이 평가 위원으로 선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인 사업가이자 브로커인 C 씨는 2017년 3~6월 북항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유명 만화·영화 전시 체험관인 ‘마블 익스피리언스’ 운영권이 있는 것처럼 BPA를 속여 임대차 계약을 맺은 혐의도 받는다. C 씨는 BPA 간부 등에 대한 청탁을 조건으로 시행사 대표 B 씨에게 150억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부산시가 D-3블록 생활숙박시설 건축을 허가하면서 해당 컨소시엄은 2021년 3월 D-3 구역에 생활숙박시설 등을 분양해 8235억 원 정도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순이익을 약 770억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검찰은 “북항 재개발 사업 비리 증거를 인멸한 사범 등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고, 재판에서 위증을 한 이들도 기소했다”며 “유사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 시행사 측 사업 시행 이익 환수 방안을 적극적이고 치밀하게 검토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어 “시행사 측에 540억 원 상당 재산에 대한 몰수·추징보전 조치를 했다”며 “미국 국적 사업가의 범죄 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129억 원 상당 재산에 대한 추징 보전 조치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