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학원비와 병원비에 동백전이 2조 원이 넘게 쓰인 데는 오락가락한 캐시백 비율과 소상공인 살리기 정책의 부재가 자리한다. 캐시백 비율이 정권에 따라 늘어났다 줄어드는 동안 동백전 사용처는 일부 병원과 학원으로 몰리며 정작 소상공인들은 제대로 된 동백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중앙정부에 종속된 지역 화폐라는 모순을 극복하고 동백전이 날개를 달기 위해서는 정부가 예산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권한은 지방에 이양하는 지방분권형 동백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정부에 울고 웃은 동백전
‘지역 화폐’ 동백전 운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건 부산시와 소상공인이 아닌 중앙정부다. 동백전 예산은 연간 약 12억 원의 운영 수수료와 캐시백 예산으로 구성된다. 운영 수수료는 시가 부담하고 캐시백 예산은 정부와 시가 나눠서 분담한다.
동백전 등 지역화폐의 캐시백 비율과 지원 금액을 결정하는 주체는 중앙정부다. 시는 나머지 예산을 채워넣는 역할을 한다. 그러다 보니 투입되는 국비와 시비가 매년 크게 달라지고 분담 비율의 변동 폭도 크다. 2024년에는 145억 원이 국비로 투입됐고 시가 600억 원을 메웠다. 반대로 2021년에는 국비 1180억 원, 시비 610억 원이 투입돼 국비가 더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지역화폐 지원 예산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추경 통과 전까지 오롯이 시비로 예산을 충당하기도 한다. 부산시가 주도적으로 동백전 관련 정책을 짜려고 하더라도 정부 지침에 따른 캐시백률과 국비 지원금이 변화하기 때문에 지자체 주도의 지역화폐 활성화 정책이 어려운 상황이다.
캐시백 비율이 달라질 때마다 동백전의 운명도 엇갈렸다. 동백전 도입 첫 해인 2020년 일부 기간을 제외하면 2022년 7월까지는 캐시백률이 10%였다. 캐시백 한도도 최대 100만 원까지로 높았다. 파격적인 혜택에 힘입어 동백전 결제액도 꾸준히 증가하면서 2022년에는 2조 6269만 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캐시백률이 5~7%로 떨어지면서 동백전 사용량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캐시백 비율에 따라 결제액 변동이 큰 업종은 병원과 학원업이었다. 2022년 8월 캐시백 비율이 5%로 줄어들자 시민들은 의료·학원 업종 지역화폐 결제액을 가장 많이(43~51%) 줄였다. 그 다음 달 추석으로 캐시백 혜택이 일시적으로 확대되자 의료·학원 결제액이 37~43% 증가했다. 이는 ‘소상공인 살리기’ 취지와는 괴리가 큰 모습이다.
■동백전 효과, 상인들은 “글쎄요”
동백전이 도입된 2020년부터 매년 결제액 비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외식업계다. 지난해 기준 음식점·카페·베이커리에서 결제된 동백전은 5692억 원으로 전체 결제액 1조 4016억 원 가운데 40.6%를 차지했다.
그러나 외식업계마저도 영세 소상공인은 동백전 효과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동백전이 프랜차이즈 등 인지도가 높은 식당에 집중적으로 사용되는 탓이다.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이정식 회장은 “소비자는 익숙하고 접근성이 높은 프렌차이즈 식당을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동백전 사용처도 비교적 유명한 식당에 쏠리고 있다”며 “지원이 절실한 영세 자영업자는 정작 동백전의 실효성을 느끼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자영업자와 고객이 대부분 고령층인 전통 시장의 사정도 비슷하다. 최근에는 온누리상품권 등 지류형 화폐의 편의성이 주목받으며 동백전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대연중앙골목시장 서준혁 상인회장은 “많은 고령 사업자들이 동백전의 ‘캐시백’ 개념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커 동백전 가맹점으로 등록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게다가 소비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고령층 시민은 카드 사용을 불편해하셔서 주로 지류 상품권을 사용하셔서 체감상 동백전 이용자는 2%도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숙박업계의 동백전 사용 실태는 더 처참하다. 지난해 결제액은 7억 원으로, 전체의 0.1%에 그쳤다. 대한중소형숙박협회 허대겸 이사는 “숙박업도 동백전 사용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소비자는 물론 업주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홍보가 잘 안 되어 있으니 이용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동백전 사용자들이 부산 시민이다보니, 부산 내 숙박업소를 방문하는 경우가 적은 것도 맹점”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시 관계자는 “안정적인 재정 지원이 보장돼야 안정적인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 현재 행안부에 일관적인 국비 지원을 요청한 상태”라며 “동백전 예산을 안정화한 후 소상공인 살리기 효과를 증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