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에 자리한 고리 원전 4호기가 가동을 중단했다. 설계수명 40년이 종료돼 운영을 멈춘 것이다. 이에 앞서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가 2007년 설계수명을 종료한 데 이어 2023년 4월에는 2호기가, 2024년 9월 3호기가 각각 설계수명을 다했다. 하지만 고리 1호기는 설계수명을 다하고도 10년 동안 수명을 연장, 2017년 6월에야 가동이 완전히 중단됐다. 2, 3호기 수명 연장 절차도 현재 진행 중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4호기에 대해서도 수명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원전이 노후할수록 대형 참사 우려는 한층 높아진다. 원전에 인접한 부산과 울산, 경남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대책이 시급하다.
고리 4호기는 6일 오후 2시를 기점으로 전력 생산을 중단했다. 고리 4호기는 발전 용량 95만㎾의 가압 경수로형으로 1985년 11월 첫 발전을 시작했다. 당초 설계에 명시된 운영 기한 40년이 종료되면서 가동 중지가 결정됐다. 한수원은 2023년 11월부터 3호기와 함께 4호기의 계속 운전 승인을 획득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3·4호기는 내년 중 심사 승인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2호기의 경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주민 공람·공청을 거쳐 빠르면 올해 하반기 원자력안전위원회 결정이 내려질 전망이다. 부산, 울산, 경남에 인접한 노후 원전들이 조만간 무더기로 재가동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탈핵부산시민연대 등은 고리 4호기가 가동을 멈춘 이날 고리원자력본부 앞에서 노후 원전 수명 연장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고리 4호기를 포함한 고리 원전은 1980년대에 설계된 시설로, 금속 부식, 열화, 방사선 손상 등으로 주요 설비의 건전성이 약화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노후 핵발전소의 계속 운전은 잠재적 중대 사고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부산의 예술인 50여 명도 고리 원전의 수명 연장 중단을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정부와 한수원이 모든 절차와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도 드러났듯이 원전은 인접 지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가동된다. 고리 원전 단지 반경 30km 안에는 부산 시민 대다수가 거주하고 있다. 노후 원전을 계속 운전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전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더욱이 고리 원전은 환경단체로부터 냉각 해수 온도가 이미 설계 한계를 넘어섰다는 등의 지적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엔 출력을 줄이는 감발 조치가 급증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정부와 한수원이 원전 수명 연장에 앞서 가장 서둘러야 하는 것은 제기된 각종 우려에 대한 완벽한 대책 마련이다. 어떤 경우라도 지역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