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상소(항소·상고)를 취하하겠다고 결정하면서 부산시도 향후 관련 소송에서 상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본격적인 배상금 지급이 시작되는데, 국가와 지자체 간 분담 비율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6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시는 법무부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상소 취하원을 제출하는 즉시, 시 역시 상소를 취하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국가가 취하하면 부산시도 곧바로 취하할 예정”이라며 “그동안 공동 피고인인 국가가 상소할 때 부산시가 함께 상소하지 않으면 국가의 책임이 아니라 부산시의 책임으로 인정될 수 있어 상소해 왔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일 법무부는 부산 형제복지원과 경기도 선감학원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칙적으로 상소를 취하하고, 앞으로 진행되는 재판에서도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상소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대법원이 국가가 상고한 형제복지원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는데, 법무부는 선감학원 사건도 형제복지원과 불법성의 정도가 유사하고 더 이상 소송으로 피해자 고통이 지속되면 안 된다며 이같이 결정(부산일보 8월 6일 자 8면 보도)했다.
부산시는 그동안 재판에서 사건 당시 시가 형식상 지방자치단체에 불과한 국가의 하부 기관이라는 점을 들어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시와 국가의 공동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놨다.
취하원 제출로 판결이 확정되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 지급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국가와 시가 공동 피고로 지목된 소송의 경우 양측의 배상금 분담 비율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공동 피고 소송은 피해자 302명이 제기한 32건으로, 소송가액은 461억 원에 달한다. 판결에서는 배상금에 대한 각 피고의 분담 비율을 명시하지는 않았는데, 현재로서는 국가와 시가 배상금을 절반씩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소송가액이 그대로 확정되면 양측이 230억 원 상당을 부담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생활 안정 지원금 등을 지급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배상금의 국가 부담을 늘리거나, 모두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조심스레 법무부에 전달해 왔다.
구체적인 분담 비율 결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일부 소송의 경우 서울시나 경기도 등 타 지자체가 국가와 함께 공동 피고로 적용돼 있고, 다른 국가 폭력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의 국가와 지자체 간 배상금 분담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국가폭력인 덕성원, 영화숙·재생원 사건 피해자 228명이 제기한 국가·부산시 공동 피고 손해배상 소송도 4건에 배상금 1181억 원이 걸려있다. 향후 이들 소송에서도 상소 포기가 예상된다.
한편 경기도도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무부와 함께 즉각 상고를 포기하고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6일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 글에서 “그동안 경기도가 혼자 떠맡은 짐을 중앙정부가 같이 짊어지며 선감학원 문제 근본 해결에 다가서는 것 같아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