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부산대학교 교내에 한국전쟁 참전 군인을 기리는 ‘6·25 참전 호국영웅 명비’를 조성하는 것을 두고 학내 논란(부산일보 4월 17일 자 10면 보도)이 일자 부산대가 설치 위치를 변경하고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 명비 뒷면 리차드 위트컴 미군 준장의 초상화도 넣지 않기로 결정했다.
부산대는 캠퍼스기획위원회를 열고 ‘6·25 참전 호국영웅 명비’ 설치 위치를 기존 물리관 앞 새벽뜰 광장에서 ROTC 학군단 건물 앞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기념비 앞에는 부산대 출신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해 공을 세운 동문 225명의 이름이 새겨질 예정이다.
기념비 크기도 줄였다. 명비는 당초 너비 9.3m 길이 3.8m 높이 3.4m 규모로 추진됐으나 학내에 설치하기에는 규모가 크다는 지적도 나와 새 디자인을 구상해 조정하기로 했다.
명비 뒷면 리차드 위트컴 미군 준장의 초상화도 넣지 않기로 했다. 위트컴 장군은 6·25 전후 부산 재건에 힘썼고 이승만 대통령을 설득해 부산대가 장전캠퍼스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받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부산대가 명비 설립 추진 계획을 변경한 것은 학내 반발 때문이다. 명비 건립 사업은 지난해 7월 부산지방보훈청의 공동사업 제안에 따라 시작됐다. 조국 수호를 위해 6·25 전쟁에 참전한 부산대 동문들을 기리기 위해 교내에 참전 동문들의 이름을 새긴 명비를 건립하기로 했다. 부산대는 지난 1월부터 학내 캠퍼스기획위원회를 통해 명비 설립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부산대 교수회는 기념물 조성이 학내 구성원 모르게 ‘깜깜이’로 추진됐다며 대학 본부를 비판했다. 교수회는 기념비 건립 예정 부지 인근에 사업 추진 중단과 학내 구성원 의견 수렴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설치하고 대학 본부에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비정규노조와 민주동문회 등도 부산대 교수회와 뜻을 같이 했다.
대학 본부는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추가 수렴해 반영하기 위에 사업을 일시 중단하고 학내외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교수회가 제안한 명비 건립 입지 변경과 위트컴 장군 내용 포함 여부 등을 다시 논의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부산대는 명비 건립안이 정해진 만큼 남은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다. 이달 중 학군단 건물 인근 환경개선을 포함한 명비 건립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건립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일각에서는 위트컴 장군의 얼굴이 새겨진 기념비가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논란이 됐다는 시각도 있다. 박수영(부산 남구·국민의힘) 국회의원은 남구 유엔공원에 위트컴 장군 조형물을 건립하기 위해 모금 운동을 주도해 2023년 조형물 제막식을 열었다. 박 의원은 장군의 스토리를 국가 교과서에 싣는 일도 추진 중이다.
부산대 관계자는 “참전유공자의 헌신을 기리는 사업 취지에 집중하기 위해 이번 명비에는 위트컴 장군에 대한 내용은 반영하기 않기로 했다”며 “위트컴 장군을 기리는 사업은 추후 별도 방안을 찾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