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나선 장동혁 당대표 후보가 전날(19일) TV토론에서 한동훈 전 대표보다 한국사 강사 출신인 전한길 씨를 공천하겠다고 발언해 파장이 일고 있다.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옹호하고, 이번 전대에 ‘윤 어게인’, ‘부정선거론’를 들고 나온 극단적 인사를 전직 당대표보다 우선해 공천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다.
장 후보는 전날 오후 열린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한 전 대표와 전 씨 중 재보궐 선거에 공천할 후보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전 씨를 택했다. 장 후보는 그 이유로 "전 씨는 탄핵 때부터 우리 당을 위해 함께 열심히 싸워온 분이고, 지금도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권과도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이라며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게 공천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후보는 이번 전대에서 탄핵 반대 당론에 따르지 않은 친한(친한동훈)계 일부 등 찬탄파들에 대해 ‘당을 나가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그런 장 후보는 지난해 말 12·3 비상계엄 전만 해도 한동훈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활동했다. 당시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 문제, 당원게시판 문제 등으로 윤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을 때에도 대통령실, 구 친윤(친윤석열)계에 맞서 한 전 대표를 적극 지원했다. 그러나 탄핵 국면에서 친한계를 이탈한 이후에는 당내에서 한 전 대표를 가장 격렬하게 비판하는 한 사람이 됐다. 장 후보는 이번 전대에서 구 친윤계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후보는 180도 바뀐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바라보는 비판적 시선에 대해 “전 씨 입장 일부를 대변하다 보니까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 “탄핵이든 계엄이든 특검이든 어떤 사안에도 제 입장이 바뀐 것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친한계는 물론 당내 중립 성향 인사들 사이에서도 장 후보의 전날 발언에 대해 “정치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지나쳤다”는 비판적 반응이 나온다. 한 전직 의원은 “극렬 지지층 외에 보편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수용할 수 없는 발언”이라면서 “당을 보수 유튜버들의 놀이터로 만들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반발했다.
전날 토론에서 장 후보와 강하게 충돌한 조경태 후보는 이날에도 언론 인터뷰에서 “장 의원이 진짜 정치를 잘못 배우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어떻게 한동훈 전 대표보다 전 씨에게 공천을 준다는 소리를 할 수 있나. 상당히 비정상적으로 흘러가는 분”이라고 말했다.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장 후보를 겨냥, “긴 말 필요 없다. 극우 만세”라고 꼬집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