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위헌소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골자로 한 내란특별법 추진을 강행하자 야당과 법조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2일 12·3 비상계엄 관련 범죄 혐의를 다루는 ‘내란특별재판부’의 위헌 소지를 반박하면서 설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정기국회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란특별재판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민주당 지도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법원행정처가 내란특별재판부의 위헌 소지를 지적한 것에 대해 “하나의 의견이다. 그런 의견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저희는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면 세월호 특별재판부는 당시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홍보 극대화를 위해 사법부에서 추진한 적도 있다”며 “사법부가 그때도 위헌 판단을 안 했을까.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지귀연 판사의 행태라든지 그 이후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일련의 문제를 보면서 혹시 내란재판이 잘못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증폭될 수밖에 없는 것은 분명하다”며 “그것은 사법부가 단초를 제공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그 연장선상에서 내란특별재판부가 필요한지 여부의 판단을 먼저 하고 판단한 후에 그것이 위헌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게 순서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헌법상 사법권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사법부에 귀속돼있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는) 사법의 독립성, 재판의 객관성·공정성에 시비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달 29일에도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사법권 독립 침해, 재판 독립성 저하, 사법 정치화 등 위헌·위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내란특별법은 최근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여권에서 본격 거론됐다. 국회, 판사회의, 대한변협이 각 3명씩 추천해 구성한 위원회가 특별재판부 후보를 추천하는 구조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입맛에 맞는 재판부를 꾸리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야권도 반발에 나섰다. 이날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한덕수 전 총리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제동이 걸리자, 내란특별재판부 신속 설치 카드를 들고나와 기어이 도를 넘겠다는 것”이라며 “해당 법안은 사법부 권한을 침해하고 법관 독립성을 훼손시키는 ‘입법 빙자 독재법'”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민주당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추진에 대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조선시대 이전으로 돌리는 발상”이라며 “특검이 정치적 목적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특검 수사 결과 무죄 판결이 이어진다면 그것이 정권의 치명적 리스크가 될 텐데, 이를 막기 위해 삼권분립까지 무시하고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조계와 야권 안팎에서 우려가 확산하지만 민주당은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박찬대 의원 등 115명이 발의한 내란특별법을 오는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해 소위 심사에 부칠 예정이다. 당내 일각에서 위헌 논란으로 역풍 우려가 나오지만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는 분위기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