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장으로 재임할 때 탁월한 행정능력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전국적 정치인으로 급성장하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된 지 꼭 3개월이 되었다.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현안으로 떠올랐던 몇 개의 법안들이 우여곡절 끝에 최근 국회의 문턱을 넘었고, 취임 이후 가장 큰 난관으로 여겨져 온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의 회담도 큰 고비를 넘겼다.
특히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샅바싸움은 예측불허의 위험 때문에 곤혹스러움이 예견되었지만 일단은 큰 문제 없이 마무리되면서, 기존에 구상해 오던 정책 기조를 유지해 갈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되었다. 그리하여 국내로 돌아온 이 대통령은 국정과제의 기조를 다시 확인하고 개혁에 가속력을 붙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정부의 개혁과제 곳곳 저항 직면
기득권 벽 넘는 것은 그처럼 어려워
해양수도 부산의 완성도 산 넘어 산
국내로 돌아온 대통령의 마음 속에는 무엇보다 개혁을 빠르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크게 다가올 것이다. 취임 3개월을 지나면서 대통령의 당초 생각과 달리 시행과정에서 달라지거나 입법이 지연되는 사례를 지켜보았고, 향후 그러한 우려들이 더 많이 생겨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실 거의 주목받지도 또 지적되지도 않았지만,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시행하였던 소비쿠폰의 지급부터 대통령의 의중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이 후보는 소비쿠폰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겠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강조하였다. 그러나 막상 지급하는 단계에서는, 일부 지역화폐로 지급되기도 하였지만, 대부분은 신용카드로 수령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개개의 국민들은 신용카드 형태의 수령이 더 익숙하여 편리한 것일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전달 비용이 소상공인 대신 카드사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이용 수수료가 없거나 최소화한 형태의 지역화폐로 모두 사용되었다면 지역의 소상공인들에게 더 많은 수입이 돌어갈 수 있었을 것이고, 이것에서 파생될 승수효과까지 고려하면 지역이 잃어버린 손실은 결코 적지가 않다.
결국 방심하는 사이에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급한 소비 쿠폰이 슬그머니 카드사의 손쉬운 돈벌이 기회로 되어 버린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이처럼 어떠한 정책과 개혁이든 약간의 틈만 보이면 이익을 챙기려는 의도의 손길을 피하기 쉽지 않다. 어쩌면 지금쯤이면 이 대통령도 소비 쿠폰의 사례를 통해 성남시장과 대통령의 업무 사이에 놓여있는 긴장감의 차이를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모든 것을 명확하고 빠르게 시행할 수 있지만 국정은 그에 비해 진행 과정이 훨씬 복잡하다. 무엇보다 국가는 큰 세력들인 계급이 부딪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어렵게 국회를 통과한 상법 및 노란봉투법의 개정과 관련한 논란이 대표적이다. 왜곡된 주식시장을 바로잡고 노동자의 기본 권한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임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던 것은 대규모 주식 보유자들과 기업들의 저항이 너무 강력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 남아있는 개혁 과제들이 더 걱정된다는 것이다.
검찰 개혁과 정부조직 개편 그리고 세수확대를 위한 주식 양도세의 개편 등은 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랜 숙원인 검찰 개혁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목소리들이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고, 주식 양도세 개편안에는 주식을 전혀 가지고 있지도 않은 사람들까지 더불어민주당의 대주주 요건 완화 추진에 반대하는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기득권의 벽을 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를 움직이고 또 움직일 수 있는 자원을 독점해 온 집단으로 한푼의 돈도 갖고 있지 않는 사람들까지 자신들의 이해에 우호적인 태도를 갖도록 만드는 힘을 발휘하곤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의 입장을 옹호하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도 여론이라는 것이 사실은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는 사이 정교하게 만들어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개혁 과제들의 끝머리에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역 균형발전 과제가 놓여있다. 겉으로는 다른 개혁과제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듯이 큰 틀의 개혁 흐름이 원만하게 흘러갈 때만 지역 균형발전 과제도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해사법원 신설 그리고 투자은행의 설립에 더하여 해양 관련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이라는 솔깃한 얘기들이 마구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대표에 당선된 장동혁 대표가 해명하긴 했지만, 첫 발언으로 해수부의 부산 이전 반대를 언급했듯이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부산의 미래가 달려있는 해양수도 부산의 완성도 개혁에 반대하는 두터운 기득권의 벽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개혁 없이는 균형발전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