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영화 제작사 입장에서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자랑이고 자부심입니다. 간혹 ‘혼자만의 짝사랑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배려만 좀 더 발휘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죠.”
(주)로케트필름 김영진 대표에게 BIFF는 남다른 애정의 대상이다. 1996년 1회 때 배차 담당 스태프로 일했다는 김 대표는 제작사로 참여한 김용균 감독의 영화 ‘소풍’이 28회 때 ‘한국영화의오늘: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됐다. ‘소풍’은 BIFF 상영 후 대기업 계열 배급사와 연결돼 전국 개봉을 할 수 있었다. 지난 5월 필리핀에 이어 이번 달에는 일본 극장에서도 관객과 만난다. 김 대표는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 같은 대배우들의 열연과 임영웅이 부른 '모래알갱이'가 삽입곡으로 쓰인 게 큰 역할을 했지만, BIFF가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관심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김 대표에게 BIFF는 높이뛰기를 도와주는 구름판 같은 존재로 인식된다. 자연스럽게 BIFF가 부산 영화인들의 도약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할 때 지역과 BIFF가 상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김 대표는 “BIFF가 이런 부분을 인식하고 나름의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저뿐만 아니라 좀 더 많은 지역의 PD, 감독, 제작자들이 BIFF를 가까운 친구이자 든든한 동반자로 느낄 수 있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지역 영화 제작사들은 특히 콘텐츠를 사고파는 마켓 참여 기회 확대에 대한 요구도 높다고 한다. 시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로서는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여기에 대해 “특혜를 바라는 게 아니라, 가까운 이웃에 대한 배려 차원의 관심을 바라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라고 소개했다.
마침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양종근 부산영상위원회 사무처장도 힘을 실었다. 양 사무처장은 “제작사 입장에서 영화제에 자기 상품을 가지고 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라면서 “한국 콘텐츠에 관한 국제적 관심이 높은 요즘 마켓의 역할과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행히 BIFF의 마켓 정책도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는 것 같다”라면서 “지역 제작사들의 활약을 더 많이 보게 될 날을 기대한다”라고 했다.
김 대표는 지역에 대한 배려는 결국 BIFF가 어려움을 겪을 때 힘이 될 우군을 확보하는 일이라고도 했다. 똑같은 상황에 놓이더라도 평소 이미지에 따라 ‘또 밥그릇 싸움 하네’와 ‘우리가 도와 줄게’로 반응이 극명히 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