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기반으로 한 전국 규모의 권위 있는 학술상 ‘경암상’의 제21회 수상자가 확정됐다.
경암교육문화재단(이사장 진애언)은 15일 올해 자연과학, 생명과학, 공학, 특별상 등 4개 부문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룬 세계적 석학 4인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수상자는 △자연과학 부문 김유수 광주과학기술원 화학과 교수 △생명과학 부문 허준렬 하버드 의과대학 부교수 △공학 부문 김호영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특별상 김상배 미국 MIT 기계공학부 교수다.
경암상 시상식은 오는 11월 7일 오후 3시 30분, 부산 부산진구에 위치한 경암홀에서 열린다. 수상자들에게는 각각 상금 3억 원과 상패가 수여된다. 특히 시상식 현장에서는 수상자만을 위한 헌정곡이 연주될 예정으로, 시상식을 더욱 뜻깊은 축하의 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경암상은 태양그룹을 창립한 고 송금조 회장(호 경암)이 근검절약으로 평생 모은 사재 1000억 원 전액을 기부해 2004년 설립한 경암교육문화재단이 매년 수여해 온 순수 민간 학술상이다.
2005년 첫 회 시상을 시작으로 올해로 제21회를 맞은 경암상은, 국내외 학문 발전에 기여한 학자들의 탁월한 연구 업적을 발굴하고 정당하게 예우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학문과 문화 발전을 촉진해 왔다.
진애언 이사장은 “경암상은 고인이 평생을 바쳐 이룬 결실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시작된 상”이라며 “학문에 대한 순수한 존경과 지원의 뜻이 담긴 상인 만큼, 수상자 한 분 한 분의 업적에 깊이 공감하고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수상자 1인당 상금이 기존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대폭 증액되며, 경암상의 위상이 명실상부 국내 최고 권위의 학술상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수상자 중 절반이 해외 기관(하버드대, MIT)에서 활동 중인 학자로, 경암상이 국내를 넘어 세계 학술계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제21회 경암상은 이종호 서울대학교 교수(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가 위원장을 맡은 경암상위원회가 주관했다. 전국 대학 총장, 학장, 주요 학회장, 대학교수 3인 이상의 추천을 받아 총 59명의 후보가 접수됐으며, 각 부문별 심사위원단(6~7인)이 두 차례에 걸친 엄정한 심사를 진행한 후, 위원회 전체 심의를 거쳐 최종 수상자가 선정됐다.
수상자인 △자연과학 부문 김유수 교수(광주과학기술원 화학과)는 단일 분자 수준에서 양자 상태를 정밀 계측하고 제어하는 실험 기반을 확립한 세계적 석학으로, 주사터널링현미경(STM)과 광기술을 결합한 혁신적 방법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개별 분자의 전자 및 진동 상태를 분광학적으로 규명했으며, 이 기술은 양자정보처리, 인공광합성, 나노 광촉매 등 다양한 융합과학 분야에 응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경암상위원회는 “기초과학과 미래 과학기술의 경계를 잇는 혁신적 연구 성과”라고 평가했다.
△생명과학 부문 허준렬 교수(하버드 의과대학 부교수)는 면역조절 물질 ‘인터류킨-17(IL-17)’의 기능과 분자 기전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장내세균이 생성한 담즙산 대사물질이 면역반응을 유도한다는 점을 밝혔고, 인터류킨이 뇌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도 규명해 면역학의 경계를 신경과학으로 확장했다.
그의 연구는 난치성 질환 치료 가능성을 제시하며 생물의학 분야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위원회는 “면역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획기적 업적”이라며 수상 이유를 밝혔다.
△공학 부문: 김호영 교수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는 계면 유체역학(interfacial fluid mechanics)과 연성 물질 물리학(soft matter physics)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자다. 그는 모세관 현상, 젖음 현상, 탄성 모세관 현상(elastocapillarity) 등 복잡한 물리 현상을 정밀하게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습도 및 물 구동 연성 로봇(humidity-/water-powered actuators)을 개발했다. 또한 생체모방 기술을 바탕으로 저전력 소프트 로봇 설계에 기여하며 공학 분야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특별상 김상배 교수(MIT 기계공학부)는 MIT 기계공학부 소속 김상배 교수는 로봇공학의 세계적 권위자로, 인간의 움직임을 모방한 생체 모방 로봇 개발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이뤘다. 대표작인 ‘Mini Cheetah’는 경량화·고기동성 로봇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으며, 특히 기존의 유압 구동 중심에서 벗어나 전기 구동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실증해 산업계 전반에 큰 파급력을 미쳤다.
그의 연구는 보스턴 다이나믹스, Agility Robotics, Unitree 등 150여 개 기업에 기술적 영감을 제공했으며, 로봇 기술의 윤리적 활용과 글로벌 협력에도 앞장서 왔다.
한편, 올해는 인문·사회 부문에서는 최종 수상자가 선정되지 않았다.
경암교육문화재단 측은 “후보자들의 업적은 모두 훌륭했으나, 경암상이 추구하는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을 신중히 선정하다 보니 공석으로 남게 됐다”고 밝혔다.
부산에서 시작된 순수 민간 학술상 경암상은 20여 년 동안 국내 학술계 발전을 견인해 왔으며, 최근에는 해외 수상자 비중 증가와 함께 세계적 권위의 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진애언 이사장은 “올해 수상자들은 인류 전체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해온 분들”이라며 “경암상이 앞으로도 학문적 가치에 대한 순수한 존중과 예우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강성할 미디어사업국 기자 sh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