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요안나 1주기' MBC, 기상캐스터 폐지 발표…유족 "두번 죽여" 반발

입력 : 2025-09-15 22: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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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씨의 어머니 장연미 씨가 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앞에서 열린 1주기 추모주간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씨의 어머니 장연미 씨가 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앞에서 열린 1주기 추모주간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가 숨진 지 1년을 맞은 가운데, MBC가 기상캐스터 제도 폐지를 뼈대로 하는 개편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유족들은 "오 씨를 두 번 죽이는 행위"라며 MBC 측에 반발했다.


시민단체 '엔딩크레딧'과 '직장갑질119'는 15일 저녁 마포구 MBC 앞에서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숨진 오 씨의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은 오 씨의 영정 앞에 헌화하고 안형준 MBC 사장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기상캐스터 정규직 전환을 촉구했다. 앞서 고인은 MBC에서 기상캐스터로 활동했지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 끝에 지난해 9월 세상을 등졌다. 이후 고용노동부는 올해 5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서부지청이 MBC를 상대로 진행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며 고인에 대한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당시 가해자로 거론된 기상캐스터 A 씨와의 계약을 해지했던 MBC는 고인의 1주기인 이날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를 도입하고 기존 제도를 폐지한다는 방안을 밝혔다.


기상기후 전문가는 전문적인 기상·기후 정보를 취재하고 콘텐츠를 제작해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기상·기후·환경 관련 전공자 또는 자격증 소지자, 관련 업계 5년 이상 경력자가 지원할 수 있으며, 정규직이다. 기존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도 지원할 수 있다. MBC는 올 연말 또는 내년 초에 일반 공개채용을 진행하며 향후 일정과 방식을 공개할 예정이다. MBC는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며 "민사소송 당사자 간의 동의가 이뤄지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날 발표된 MBC의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 폐지에 대해 유족과 단체들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짓밟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유족과 단체는 "오 씨의 노동자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기상캐스터들이 공채 경쟁에서 떨어지면 해고당하는 안"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MBC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오 씨의 어머니 장연미 씨는 이날 추모제에서 "MBC는 프리랜서 계약을 했다는 이유로 (딸을)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해주지 않았고,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아무 때나 쓰고 버렸다"며 "제2의 요안나를 막기 위해 모든 노동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씨는 또 이날 오전 안 사장이 농성장을 찾아 단식 중단을 요청했지만 '제2의 오요안나가 생기지 않도록 방지책을 마련해달라'는 요구에는 답하지 않았다고 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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