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집단 구금 사태와 한·미 관세협상 등을 두고 질의가 이어졌다. 대미 투자 협상의 국회 동의 필요성과 투자 규모의 적정성을 둘러싼 질문도 나왔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대미 투자 펀드 관련) 3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데 국회 비준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재정적 부담을 지는 사안이라면 국회의 동의를 요청하고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배 의원은 김 총리를 향해 “3500억 달러는 인구 5100만 명으로 나누면 국민 1인당 940만 원에 해당한다”며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총리는 “중요한 재정적 부담을 전 국민에게 지을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최근까지 아주 긴밀하고 끈기 있게 쉽사리 결론을 내지 않고 협상에 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의원은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 규모도 문제 삼았다. 그는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 규모인 5000억 달러는 GDP 14%에 달하는 막대한 액수인데 유럽연합(EU)이 투자하기로 한 6000억 달러는 GDP의 3%에 불과하고 주체도 정부가 아닌 기업”이라며 “너무 비교가 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김 총리는 “투자의 방식과 수익 배분은 협상에서 최종 확인돼야 비교 가능하다”며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 중”이라고 답했다.
이날 대정부질문에서는 조지아주 한국인 집단 구금 사태도 거론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조현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연행 과정에서 쇠사슬과 발목 수갑이 등장했다”며 “이는 명백한 가혹 행위이고 반인권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미국 당국은 당사자는 물론 한국인들에게 공개 사과해야 마땅했다”며 “미국도 바뀔 건 바뀌어야 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우리 국민들이 표출하고 있다는 점을 미 정부 당국에게 전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조 장관은 “알겠다”고 답했다.
이어 조 장관은 “억류됐던 이들을 직접 또는 기업을 통해 접촉해서 전수 조사할 계획이 있다”며 “또 이번 일을 이유로 불법체류 기록이 남지 않도록 미국 국무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취업 등 비자 제도 개선 방안도 강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미국 의회를 방문해 관련 의원들을 면담하고, 당부하고 왔다”고 설명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특사 외교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 장관은 이인영 의원의 질의에 “한국이 페이스메이커(pacemaker) 역할을 하겠다고 자임한 만큼 이를 뒷받침할 과제가 우리 정부에 주어져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사 외교를 활용하는 것도 그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직접 특사 역할을 맡을 수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정 장관은 2005년 통일부 장관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북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남북 대화를 이끈 바 있다.
최근 진행된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대해서는 “중국의 열병식을 신냉전 또는 3자 동맹 강화의 분기점으로 몰고 가는 건 국익에 득이 되지 않는다”며 “당시 3자 정상회담이나 군사회담도 없었고, 북중·북러·중러라는 각각의 양자관계만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