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열린 전국체전을 맞아 부산 시민과 스포츠가 영화로 한자리에 만났다.
지난 18~19일 스포츠의 땀과 열정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제1회 시민스포츠영화제’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BNK부산은행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이번 영화제는 부산일보가 주최하고 모퉁이극장과 부산영화체험박물관이 주관하며, 부산청년문화공간 청년작당소 협력으로 진행됐다. 제106회 전국체육대회와 함께 열려 영화로 새기는 스포츠 정신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행사였다.
■롯데 레전드 염종석과 함께한 개막식
이날 개막식에는 부산일보 손영신 사장, 덕화명란 장종수 대표, 커뮤니티시네마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 권현준 이사장, 동의과학대학교 야구부 염종석 감독, 부산대 여자농구부 임선아 프런트 단장, 부산시민스포츠단체 마라톤 챌린저, 라온테니스클럽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영화제의 첫 포문은 액션 치어리딩팀 ‘슈팅스타’가 열었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힘찬 동작이 관객의 함성을 이끌며 스포츠 정신의 상징인 ‘땀과 열정’을 되새겼다.
개회사에서 손영신 사장은 “스포츠 정신은 1등에 있지 않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용기, 경쟁자를 향한 존중, 그리고 불굴의 의지가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며 “이번 영화제 역시 그런 열정과 감동을 담고 있다. 영화를 통해 용기와 희망을 얻어 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뒤이어 권현준 이사장과 장종수 대표가 축사를 전하며 시민이 주체가 되는 축제의 의미를 더했다.
개막작은 1987년 5월 16일, ‘무쇠팔’ 최동원과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 두 전설이 마운드 위에서 펼친 치열한 승부를 그린 영화 ‘퍼펙트 게임’(2011)으로 선정됐다. 염종석 감독은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스페셜 토크를 진행했다. 그가 등장하자 극장은 환호로 가득 찼다. 염 감독은 “1984년 최동원 선배의 우승 장면을 보고 야구를 시작했다”며 “영화 속 어깨 부상 장면의 상처는 실제 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어 “두 선배의 대결을 스크린으로 다시 볼 수 있어 큰 영광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또 “제가 1992년에 우승하고 33년이 흘렀다. 선수, 감독, 프런트가 하나로 뭉쳐 롯데가 다시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해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행사의 마지막은 ‘잔치’라는 뜻의 순우리말 이름을 가진 이바디예술단이 꾸몄다. 상모돌리기와 사물놀이로 장단을 울리며 관객들의 환호 속에 축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용기와 극복의 첫째 날
영화제 첫날은 ‘용기’와 ‘극복’의 스포츠 정신을 담은 작품들로 꾸며졌다. 서핑이 삶의 전부였던 소녀 베서니가 상어의 공격으로 한쪽 팔을 잃었지만 다시 바다로 돌아가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실화 영화 ‘소울 서퍼(2011)가 첫 상영작으로 선정됐다. 스페셜 게스트로 참석한 지창진 동명대 스포츠재활학과 교수는 “장애인 경기는 완주 그 자체가 아름다운 시합”이라며 “이번 영화를 통해 일상의 불평이 얼마나 하찮은지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상영된 ‘천국의 아이들’(2001)은 동생 자라의 하나뿐인 구두를 잃어버린 오빠 알리가 동생에게 운동화를 선물하기 위해 어린이 마라톤에 참가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GV에 참석한 정재진 마라톤챌린저 훈련팀장은 “주인공 알리가 1등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한 목표와 최선의 노력에 있었다”며 “관객들도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달릴 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과 질주의 둘째 날
둘째 날(19일)의 첫 상영작은 탄광촌 소년 빌리가 가난과 아버지의 반대라는 역경 속에서도 복싱 대신 발레를 택하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 ‘빌리 엘리어트’(2000)가 장식했다. 영화 상영에 앞서 ‘2025 용골댄스페스타’ 초등부 대상을 수상한 봉다리 댄스팀이 무대를 펼쳤다. 영화 주인공 빌리와 같은 나이대로 구성된 댄스팀은 열정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공연을 선보이며 영화가 전할 성장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어 상영된 ‘리바운드’(2023)는 해체 위기의 부산중앙고 농구부가 전국 대회에 도전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신임 코치 양현과 여섯 명의 선수가 함께 만든 ‘8일간의 기적’을 그렸다. 부산중앙고 출신이라고 밝힌 한 관객은 “저 친구들과 같은 시기 학교를 다녔는데 경기 결과를 전해 듣고 거짓말인 줄 알았다.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낸 것 같다”며 추억을 회상하고 영화에 깊이 감명받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폐막작 ‘세크리테리엇’(2010)은 1970년대 전설의 경주마 세크리테리엇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주인공 페니 첸리가 가족의 목장을 물려받아 경마계에 뛰어들어 전설의 명마를 키워내는 과정을 그렸다. 세크리테리엇의 질주 장면은 관객들에게 짜릿한 여운을 남기며 영화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프로그램 기획을 맡은 모퉁이극장 김현수 대표는 “스포츠가 가진 정직함과 땀으로 일구는 성실함을 늘 동경해왔다”며 “이번 영화제는 단순한 상영의 나열이 아닌 영화, 게스트, 관객이 서로 교감하는 무대다. 작은 출발이지만 내년에는 더 많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