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으로 가는 부동산 논쟁… 시장 혼란만 가중한다

입력 : 2025-10-28 0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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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대책 공방, 정치권 유치한 설전
시장 자율성·예측 가능성 복원이 우선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국 광역의원 및 강원도 기초의원 연수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부동산 정책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국 광역의원 및 강원도 기초의원 연수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부동산 정책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0·15 부동산 대책의 후폭풍이 거세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갭투자’ 논란에 휩싸여 사퇴했고, 금융위원장도 주택 보유 문제로 비판을 받고 있다. 청와대와 기재부 고위 관계자까지 논란에 오르며 정부의 정책 신뢰는 추락했다. 여기에 여야 정치권은 부동산 정책의 방향과 철학을 논하기보다 서로의 약점만 물고 늘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자신의 주택 6채를 “이재명 대통령의 분당 아파트와 맞바꾸겠다”고 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원 전수조사하자”고 맞받아치고 있다. 정책의 실효성을 따져야 할 국회가 ‘누가 더 가졌나’ 식의 유치한 설전이나 벌이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듣고 싶은 것은 이런 말싸움이 아니다.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시장 신뢰다. 하지만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은 손바닥 뒤집듯 달라졌다. 노무현 정부의 ‘투기 억제’, 이명박 정부의 ‘공급 확대’,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규제’, 윤석열 정부의 ‘시장 정상화’까지 방향이 제각각이었다.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려 할수록 부작용은 커졌고 정책 신뢰는 무너졌다. 이번 정부 역시 예외가 아니다. 10·15 대책은 규제 일변도에 매몰돼 실수요자와 투자 심리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 부산을 비롯한 지방의 신규 아파트 공급도 여전히 정체돼 있다.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공급 안정화를 약속했지만, 관련 부처 수장의 사퇴로 그 약속의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 신뢰를 흔드는 요인은 또 있다. 정부는 재건축 규제 완화를 발표했다가 여론 반발에 주저앉았고, 세제 완화안도 당내 반대로 무산됐다. 장기적 철학이 부재하니 시장은 단기 투기세력의 놀이터로 전락했다. 특히 정부와 여당은 지방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부산을 비롯한 지방 시장에서는 실수요 중심의 공급 확대 없이는 체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과 북항 재개발, 주거 인프라 확충 등 지역 핵심 현안은 부동산 정책의 방향에 따라 직격탄을 맞는다. 중앙정부의 정책 혼선이 지역으로 번지면, 지방 부동산 시장도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파적 공방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을 하나의 국민 생활 시스템으로 보는 철학이다. 부동산은 특정 계층의 자산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삶의 기반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상대의 재산 목록을 들추고 “팔아라”, “내놔라”는 식의 유치한 싸움을 벌인다. 그 사이 서민의 내 집 마련 꿈은 더 멀어지고, 전세 사기와 금리 부담, 청년 주거난은 심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 집값을 누르겠다는 강박이나 경기 부양을 위한 공급 경쟁이 아니라 시장의 자율성과 예측 가능성을 복원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정책 철학, 그게 부동산 정책의 출발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방이 아니라 신뢰다.

금정산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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