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타는 동유럽 크림반도 남부의 흑해 연안 유명 휴양지이다. 국제법상으로는 우크라이나 영토지만, 러시아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5년 2월 열린 얄타회담은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처칠 영국 수상,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모여 전후(戰後) 세계 질서를 논의했다. 한반도가 38선을 경계로 미·소 양국에 의해 분할 점령되는 계기가 마련된 회담이기도 하다.
포츠담은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남서쪽으로 25km 떨어진 소도시이다. 1945년 7월 트루먼 미국 대통령, 애틀리 영국 수상과 소련의 스탈린이 참석한 포츠담회담은 독일 항복 이후 유럽의 재건과 태평양 전쟁 종결 문제를 다뤘다. 연합국은 독일 항복 이후에도 전쟁 의지를 꺾지 않는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촉구하면서 ‘즉각적이고 완전한 파멸’이라는 최후통첩 포츠담선언(7월 26일)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열흘 가량 버텼는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8월 6일, 9일)되자 즉각 포츠담선언을 수용하면서 항복했다.
미국 뉴햄프셔주의 군항 포츠머스에서는 1905년 러일전쟁을 끝내는 포츠머스조약이 맺어졌다. 일본 야마구치현의 항구도시 시모노세키는 1895년 청일전쟁 강화회의가 열린 곳으로 시모노세키조약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들 도시는 각 나라의 수도는 아니지만 역사에 남을 회담이 열리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어디에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도시 이름은 또렷하게 기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번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APEC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는다. 오는 30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 장소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부산 김해공항 공군기지 내 ‘나래마루’가 유력한 개최지로 떠올랐다.
활주로에서 곧바로 회담장 진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APEC이 열리는 경주나 서울보다 보안에 유리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2019년 한-아세안 정상회의 때 주요국 정상 접견실로 쓰였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트럼프 2기 첫 미중 정상회담이자 세계 경제·외교 지형을 흔들 ‘세기의 담판’이 부산에서 열리면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게 된다. 이번 회담에서 세계 무역질서를 재편하는 국제 합의, 이른바 ‘부산 선언’이라도 나오면 부산의 대외 인지도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