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울산 도시철도’ 첫 삽 뜨기 전에…

입력 : 2025-10-27 18: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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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혁 지역사회부 차장

‘울산의 대치동’ 문수로와 공업탑로터리가 출퇴근길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할 것이라 상상하니 아찔하다. 울산 도시철도 1호선 착공이 당초 계획보다 늦춰졌지만, 예고된 교통 대란에도 뾰족한 대책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도시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현안을 놓고 ‘숙원 사업’이라는 명분과 ‘이미 되돌릴 수 없다’는 현실론에 눌려, 문제 제기조차 쉽지 않다.

애초 울산시는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에 맞춰 올해 11월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서둘렀다. 하지만 도시철도 건설 사업자 입찰이 두 차례 유찰되는 우여곡절 끝에 최근 한신공영이 사업자로 선정됐고, 착공은 내년으로 미뤄졌다.

분명 친환경 수소트램은 태화강역에서 신복교차로까지 10.9km 구간을 달리며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의 고질적인 대중교통 문제를 해결하고 친환경 도시 이미지를 높이려는 트램 도입의 취지를 부정할 시민은 많지 않다.

문제는 그 과정이다. 트램 도입이 초래할 각종 부작용에 대해선 충분히 숙의했는지 의문이다. 울산시는 자가용 이용을 불편하게 만들어 시민을 대중교통으로 유도한다는 ‘교통 수요 관리’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과연 운전자들이 순순히 자가용을 포기할까? 전국 최하위 수준의 대중교통 분담률(11.6%)을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우려는 울산시가 올해 초 확인한 용역 결과에서 수치로 드러난다. 트램이 차지할 2개 차로로 인해 울산의 핵심 교통축인 삼산로와 문수로는 극심한 교통 혼잡이 예상된다. 가뜩이나 체증이 심한 문수로의 경우 교통량이 도로 수용 능력을 17%나 초과(V/C=1.17)해 사실상 ‘도로 기능을 상실한 수준’이 될 것이라 경고한다. 지역 최대 학원가에서 쏟아지는 수백 대의 통학 차량을 제외한 가장 보수적인 예측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더한다. 울산시는 이런 상황에서도 용역 보고서를 시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상습 정체 구간인 공업탑로터리는 막대한 세금을 들여 평면교차로로 개선해도 차량 지체 시간이 지금보다 10초 가량 길어진다. ‘10초 정도야…’ 하고 넘길 사안일까? 위급한 환자를 태운 구급차가 이 10초의 장벽에 갇힌다면, 그 시간은 생사를 가르는 골든타임이 된다. 우회도로조차 마땅찮은 문수로의 마비는 도시 전체의 혈맥에 지장을 초래하는 진앙이 될 것이다.

지자체 대책은 무엇일까? 최근 울산시는 시공사에 교통 체증 대비책을 강구하라고 ‘주문’했지만, 뚜렷한 해법 제시로 보기 어렵다. 장기적으로 1200억 원을 들여 우회도로를 만든다는 계획 역시 ‘2026~2030년 국가계획’ 반영을 목표로 하는 불확실한 밑그림에 불과하다. 눈앞의 화재를 끄겠다며 5년 뒤에 올지 모를 소방차를 부르는 격이다. 결국 합리적 비판과 대책 없이 공론화의 공백 상태만 지속되는 분위기다.

울산시는 이제라도 최악의 교통 체증을 경고한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업탑과 문수로의 교통량을 분산시킬 단기·장기적 계획을 구체적인 예산과 함께 제시해야 한다. 긴급차량의 비상 통행로 확보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성공적인 트램 도입을 위해서도 지금이 문제를 바로잡을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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