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 노사대표자 공동협의회는 28일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도시철도 무임수송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협의회 제공
도시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기본 인프라로 꼽히는 도시철도가 더 이상 정상적인 운영이 힘들 정도로 과중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도시철도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부산교통공사의 노와 사가 전국 도시철도 노사와 협의회를 만들어 한목소리로 이에 대한 경고를 하고 나설 지경이다. 부산도시철도의 과중한 적자 규모에는 여러 요인이 있을 터이지만 교통공사 노사가 공통으로 지적하는 가장 큰 요인은 수십 년 동안 방치되다시피 한 무임승차제도다. 노인을 위한 대표적 복지 차원에서 도입된 이 제도로 인한 운임 손실이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로 인한 적자 폭만 한 해 1000억 원을 훌쩍 넘길 정도가 됐다는 것이다.
도시철도 무임승차제도는 1984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도시철도를 무료로 탈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림으로써 탄생했다. 1985년 개통한 부산도시철도도 대통령의 이 지시에 따라 운행 초창기부터 무임승차제도가 적용돼 왔다. 부족한 복지제도를 대신할 방편으로 꼽히는 이 제도 이용객은 부산에서만 2021년 8000만 명을 넘어섰고 급기야 지난해엔 1억 757만 명까지 늘어났다. 무임승차제도 이용객이 이처럼 급증함에 따라 이로 인한 부산교통공사의 직접 손실액은 지난해 1737억 원으로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처음 4000억 원을 넘어선 전체 총 운영적자(4192억 원)의 40%를 넘는 수준이다.
전국의 도시철도 노사가 대표자 공동협의회를 구성해 28일 국회에서 도시철도 무임수송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이 같은 현실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현실이 앞으로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특히나 전국 대도시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인 부산은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이로 인해 해마다 무임승차 인원이 급증하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지금도 부산교통공사는 1조 원이 넘게 쌓인 부채로 시름하고 있고 이대로라면 2029년 부채 규모가 2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적자를 방치할 경우 노후 전동차 교체나 인건비 등 기본적인 철도 운영에 들어갈 예산조차 마련하기 어려울 정도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빈약한 국내 복지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무임승차제도를 교통공사나 지자체의 재정으로만 감당하라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도시철도 노사가 공통으로 지적하듯이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의 80% 가량을 국비로 지원하는 코레일 수준의 보전책은 도입해야 마땅하다. 그게 아니라면 지역에 도입이 검토되고 있는 반값 전기료 제도를 도시철도에 선제적으로 도입해 한 해 1000억 원에 육박하는 도시철도 전기료 부담이라도 경감해 주는 것이 옳다. 누구나 일정 나이가 되면 받을 수 있는 이 혜택을 정부가 재정으로 떠맡는 것은 선별 복지가 아니라 보편 복지를 강조해 온 이재명 정부의 철학에도 가장 부합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