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엔기념공원 일대 규제 완화, 경관과 조화 생각해야

입력 : 2025-10-29 0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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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화경관지구 등 해제 고도제한 풀려
공원 상징성 지키며 주거 환경 개선을

유엔평화공원 일대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유엔평화공원 일대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 일대 건축 규제가 50여 년 만에 풀린다고 한다. 재한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CUNMCK)가 지난 23일 개최한 정기총회에서 부산시가 제안한 ‘유엔기념공원 주변 경관지구 관리 방안’에 조건부 동의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재 유엔기념공원 일대 26만㎡의 특화경관지구 지정이 해제되며, 유엔묘지 인근 11만 5700㎡의 자연경관지구 일부 해제도 추진된다. 1971년부터 단계적으로 경관지구가 지정돼 그동안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온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이번 해제 결정으로 인한 기대감이 클 것이다. 그러나 향후 유엔기념공원 일대 난개발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공원 일대에는 아파트 4~5층 높이인 12m로 고도 제한이 걸려 있어 개발에 제약이 따른다. 이러한 규제로 인해 일대 주민을 중심으로 재산권 보호를 위한 건축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장기간 이어졌다. 남구청도 민원 해결을 위해 2015년부터 용도지역 변경과 특화경관지구 완화·해지를 요청해 왔다. 고도 제한 해제에 따라 수익성이 높아지는 만큼 일대에 재개발·재건축도 법적으로 가능해진다. 부산시는 위원회 결정에 따라 공원 일대 건축물 규제가 담긴 경관지구 해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한다. 이번 결정으로 시와 남구청은 공원 주변 경관과 개발 사이에서 절묘한 조화를 찾아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떠안게 됐다.

유엔기념공원은 대한민국이 유엔에 영구 기증한 ‘세계 유일의 유엔 공식 묘지’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재한 국제연합기념묘지의 설치 및 유지에 관한 대한민국과 국제연합 간의 협정’에 따라 1959년 설치됐다. 현재 11개국 2300위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유해가 안장돼 있다. 부산시가 2028년을 목표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 9곳 중 하나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맞아 참석 국가 일부 정상들도 이곳을 방문할 예정이다. 공원이 부산의 역사성을 대표하는 기념비적인 공간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도시의 소중한 자산인 공원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지난 23일 총회에 참석한 재한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 일부 위원은 규제 완화 이후 이뤄지는 개발로 인해 공원의 경건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타당한 지적이라고 본다. 시는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통해 건축물 높이·규모·용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며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경관지구 해제로 시와 남구청은 공원 주변 개발과 재산권 행사, 세계유산 등재, 도시 미관 사이에서 최적의 조화와 균형에 대한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 공원의 상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도시 기능 회복과 주거 환경 개선을 모두 이뤄내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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