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이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주에서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날 양국 정상은 한미 후속 관세 협상을 ‘깜짝 타결’했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현금 투자 2000억 달러, 조선업 협력 투자 1500억 달러로 나누고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설정해 외환 시장 타격을 최소화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이로써 한미 간 상호 관세는 15% 인하 적용이 확정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국빈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은 이날 오후 2시 39분에 시작해 4시 6분까지 약 1시간 30분가량 이어졌다. 이날 회담의 핵심 성과는 가시밭길을 걷던 한미 관세 후속 협상 타결이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 이후 경주 미디어센터 브리핑을 통해 “미국과 관세 협상 세부 내용에 대해 합의했다”며 “세부 합의 내용은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규모를 현금 투자 2000억 달러,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로 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이로써 외환시장 타격이 최소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투자가 이뤄지게 되면서 국내 외환시장에 대한 직접 타격이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한미가 관세 후속 협상을 깜짝 타결하면서 앞으로 상호 관세는 15%로 유지된다. 김 실장은 “대미 투자 원금 회수 장치도 마련했다”며 “‘상업적 합리성’을 MOU에 명시했다”고 덧붙였다. 대미 투자에 따른 외환 시장 타격과 불확실성을 줄이는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이어 김 실장은 “쌀·쇠고기 포함 농업 분야 추가 개방도 방어했다”며 한미 회담 성과를 전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을 마쳤다고 전했다. 위 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 방명록에 ‘정상회담의 아름다운 시작’이라는 짧지만 고무적인 한마디를 남기면서 회담 기대치를 높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언급할 정도로 친근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11월 한국을 찾은 이후 이날 약 8년 만에 국빈 자격으로 한국을 다시 찾았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선 공식 환영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서훈했다. 미 대통령이 무궁화대훈장을 수훈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이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라 천마총 금관을 본뜬 특별한 모형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무궁화대훈장 수훈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다.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아직까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내심을 수용 못 하고, 이해를 못한 상태라서 불발되기는 했지만 이것 또한 씨앗이 돼서 한반도에 거대한 평화를 만드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외 방위비 증액과 방위 산업 발전을 앞세우며 핵추진잠수함 도입 의지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가 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 도입 의지를 미국 측에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글로벌 기업 7개사 대표들을 만나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 방침을 거듭 강조했고, 글로벌 기업들은 향후 5년간 총 90억 달러(한화 약 13조 원) 규모의 한국 내 투자 계획으로 화답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