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열린 30일 정상회담장인 부산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내 나래마루 앞에 양측 수행원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30일 ‘부산 회담’이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에서 열리면서 이 일대에는 경찰 1000여 명이 집결하는 등 진공 상태가 이어졌다. 부산에서 역사적인 회담이 열린 가운데 회담장 인근에서 시 주석 환영 인파와 반중 집회 단체가 부딪히는 등 소동도 벌어졌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40분께 경주에서 전용 헬기 ‘마린원’에 탑승해 약 35분 만인 오전 10시 15분께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마린원에서 내린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전용 리무진 ‘더 비스트’를 타고 회담 장소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김해공항 제5공중기동비행단 부대 내 의전 시설인 나래마루로 향했다.
나래마루는 공항청사가 아닌 공군기지 내 시설로 활주로에서 곧장 진입할 수 있어 경호에 용이하다. 또한 미중 정상회담 직후 출국 예정이었던 트럼프 대통령 동선을 고려했을 때도 적합한 장소로 평가받았다.
뒤이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탑승한 에어차이나 항공기가 오전 10시 30분께 김해공항에 착륙했다. 시 주석은 해외 순방과 공식 업무에 전용기를 이용하지 않고 에어차이나 소속 보잉 747-400 항공기를 이용한다. 시 주석 방한은 2014년 7월 박근혜 정부 때 이후 11년 만이다. 시 주석은 영접 나온 조현 외교부 장관과 인사를 나누고 ‘홍치’ 리무진을 타고 나래마루로 이동했다.
양국 국기가 게양된 포토존에서 시 주석을 기다리던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나타나자 손을 잡고 한참 동안 악수했다. 시 주석도 미소를 띠며 손을 잡았다. 두 정상은 2019년 오사카 G20 정상회의 이후 6년여 만에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들어서는 처음 가진 만남이었다.
정상회담은 오전 11시께 시작됐다. 약 1시간 40분 정상회담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곧장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이날 오후 1시께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시 주석은 홍치 리무진을 타고 경주로 이동했다. 시 주석은 31일 APEC 정상회의와 만찬 등 APEC 일정에 참여한다.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가장 주목받던 미중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동안 김해공항 일대는 철통 보안을 유지했다. 이날 공군기지와 가장 인접한 부산~김해경전철 덕두역 일대에는 경찰버스 10여 대가 줄지어 서고 경찰 1000명 이상이 배치됐다. 공군기지 내부가 보일 수 있는 육교나 골목, 교차로 등 주요 지점에도 경찰이 배치됐다. 공군기지 진입로에 위치한 교통섬은 사전 허가를 받은 이들만 출입할 수 있었다. 취재진도 사전에 발급받은 명패를 착용하지 않으면 교통섬에 머무를 수 없었다.
시 주석 환영 인파와 반중 보수 유튜버가 부딪히는 상황이 벌어졌다. 오전 9시 55분께 차량에 탑승한 남성 3명이 덕두역에 모인 재한 중국인 수십 명에게 ‘시진핑 아웃’을 외쳤다. 양손에 태극기와 오성홍기를 들고 시 주석 방한을 환영하기 위해 모인 이들을 향해 남성들은 확성기로 중국을 계속 비판했다.
경찰은 사전에 신고되지 않은 집회란 이유로 제지했으나 이들은 오히려 욕설과 함께 주먹을 휘두르며 반항했다. 이들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이 외에도 ‘KOREA는 CHINA 일부’ 문구가 적힌 판을 들고 공군기지로 향하던 남성이 경찰에 제지 당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APEC 기간 김해공항과 관제 당국은 APEC 일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심야 비행 통제시간(오후 11시~다음 날 오전 6시)을 해제하며 전폭 지원에 나선다. 일정에 변동이 큰 각국 외교단을 배려하기 위해 APEC 정상회의 참가 항공기에 대해서는 심야 비행 통제시간을 적용하지 않는다. 또한 APEC 참가 항공기로 착륙이 지연된 민간 항공기에도 예외적으로 심야 비행 통제시간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