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부산교통공사가 부산도시철도 1~4호선 92개 역을 대상으로 역명 부기 정기 입찰을 진행했다. 사진은 부산도시철도 1호선 온천장역에 부기 역명이 표기된 모습. 김재량 기자 ryang@
부산교통공사가 부산도시철도 역명 부기(역 이름 옆 기관·기업 명칭 표기) 유상 판매를 다시 시작했다. 이번 판매에는 서면역 등 주요 거점 역들이 포함됐는데 이 역들의 부기 역명 판매 여부와 판매가가 최대 관심사다.
2일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달 30일 부산도시철도 1~4호선 92개 역을 대상으로 부기 역명 유상 판매 정기 입찰을 진행했다. 이번 입찰의 관건은 연간 기초 가격 8000만~1억 원 수준의 ‘비싼 역’을 판매하는 것이다. 판매 대상에는 서면, 연산, 전포역 등 인파가 몰리는 환승, 거점 역이 다수 포함돼 있다.
부기 역명 판매는 기초 가격을 기준으로 공개 입찰을 진행해 기초 가격 이상의 판매가에 낙찰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서면역의 기초 가격은 1억 1026만 원으로 전체 부산도시철도 역 중 유일하게 기초 가격이 1억 원을 넘는다. 서면역에 이어 연산역(9543만 원), 덕천역(9247만 원), 수영역(8424만 원), 미남역(6572만 원), 사상역(6297만 원), 양정역(5533만 원) 등의 순으로 기초 가격이 높다.
교통공사가 부기 역명을 판매하는 이유는 도시철도 운영 적자에 있다. 지난해 부산도시철도 수송 원가(1인당 도시철도 운영 비용)는 2660원으로 1인당 운임 859원 대비 1800원가량 적자다. 시설 노후화로 안전 관리비도 늘어나면서 안정적인 수입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지난해 역명 부기 사업 연간 수익은 9억 1000만 원에 불과하다. 2008년부터 부기 역명을 판매했지만 올해 기준 역명이 부기된 역은 전체 109곳 중 22곳에 그쳤다. 올해 가장 기초 가격이 높은 곳은 광혜병원역(1·4호선 미남역)으로 기초 가격은 6572만 원이다.
역명 판매 부진의 배경에는 큰돈을 낼 기업이 부족하다는 지역 현실이 자리한다. 현재 역명이 부기된 22개 역은 병원(15곳)과 관공서(4곳)가 대다수고 기업은 법무법인대륜역(2호선 센텀시티역)과 아트몰링역(1호선 하단역), (주)소셜빈역(1호선 양정역)밖에 없다. 소셜빈역을 제외한 두 곳은 계약을 연장하지 않아 이번 정기 입찰의 결과가 더 중요해졌다.
부산교통공사는 이번 입찰 결과를 이달 중순께까지 정리해 낙찰 기관을 확정할 계획이다. 서면역을 포함한 주요 역이 실제로 낙찰되는지, 기업들이 입찰에 다수 참했는지에 따라 내년 수익 규모가 달라질 전망이다.
낙찰 기관은 입찰한 역에 자사 이름을 부기해 3년간 사용할 수 있으며 1회에 한해 연장권을 갖는다. 부기 역명은 역 명판, 출입구 폴 사인, 노선도에 표기되며 열차 안내 방송에서도 송출된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부산에 기업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느끼고 있지만 적극적인 마케팅과 홍보 활동을 펼쳤다”며 “향후 수시 입찰을 진행할 때도 주요 역들을 판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부산교통공사가 부산도시철도 1~4호선 92개 역을 대상으로 역명 부기 정기 입찰을 진행했다. 사진은 부산도시철도 1호선 온천장역에 부기 역명이 표기된 모습. 김재량 기자 ryang@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