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오른쪽)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지사가 지난해 11월 8일 경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있다. 부산일보DB
부산과 경남, 전남이 손잡고 해양과 섬을 주제로 하는 ‘2040 월드엑스포’ 유치 계획을 밝히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불과 7개월 앞두고 이 같은 구상이 발표되면서 3개 광역단체장의 선거용 공약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이러한 구상이 실제 내년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여야를 아우르는 부산과 경남, 전남 광역단체장의 ‘협치’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선거를 앞둔 성급한 이슈 선점용 공약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게 들린다.
6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이르면 다음 주 경남, 전남과 ‘2040 월드엑스포’ 유치를 주제로 첫 실무 회의를 연다. 앞서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3일 경남도청 확대간부회의에서 해양과 섬을 주제로 하는 남해안 중심 2040 월드엑스포를 3개 시도가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월드엑스포 유치 구상은 가덕신공항을 비롯한 3개 시도의 해양 관광·물류 인프라, 830만 명에 달하는 인구 규모, 그리고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서는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체로 이번 구상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역 광역단체장들이 이슈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한다. 최근 부산을 비롯한 경남, 전남 광역단체장들은 시민 주목을 받을 만한 파격적인 의제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현역 프리미엄을 앞세우지 못한 채 내년 선거를 앞두고 당 안팎으로 강한 견제를 받고 있다.
실제 박형준 부산시장의 경우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점하고는 있지만 시정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 여론이 긍정보다 높게 나오고 있다.
박완수 경남지사의 경우 명태균 사태 이후 김건희 여사의 공천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 등이 불거지는 등 특검의 수사선상에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여권은 박 지사에게 “명태균 게이트”를 해명하라며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으며 내년 선거까지 공천 청탁 의혹 이슈를 끌고 갈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영록 전남지사의 경우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다른 지사 후보군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지 않다. 3선 도전과 도정에 대한 도민 피로감 등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내부 경선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과 경남, 전남 광역단체장 모두 내년 선거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부산·경남·전남 광역단체장 모두 여론 환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당이 다른 3개 시도가 힘을 합쳐 엑스포를 유치한다는 의제를 띄우는 것만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광역단체장들이 연대해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모습은 유권자들에게 협치하는 단체장 이미지를 부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2040 월드엑스포 추진으로 부산·경남·전남 광역단체장들이 정치적인 역풍에 휩싸일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설익은 계획이지만 부산·경남·전남 2040 월드엑스포 공동 추진에 대한 시도민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당장 직면한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3개 시도지사 중 누구 한 명이라도 바뀌게 된다면, 계획은 금방 틀어질 수 있다. 엑스포 추진이 군불 때기 수준에 그칠 수 있는 것인데,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공약 남발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게다가 부산은 엑스포 유치 관련 2년 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119 대 29로 참패한 기억이 있어, 호의적인 여론이 형성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큰 이벤트가 아닌 당장 시도민들의 먹고사는 문제, 경제와 산업 발전 등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