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도서 출판 분야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사진은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고 스웨덴 현지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는 한강 작가의 모습. 연합뉴스
교보문고 올해 판매 1위를 차지한 <소년이 온다>.
교보문고 올해 판매 2위 <모순>.
올해 마지막 달에 접어들며 대형 서점들이 2025년 도서출판 결산 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 순위와 신간 책 경향을 보면 한국 도서 시장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다.
먼저 교보문고는 올해 가장 많이 판매된 책으로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선정됐다. <소년이 온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교보문고 역사상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사례가 <소년이 온다>를 포함해 다섯 번 있었다. 87~88년 <홀로서기>, 89~90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07~08년 <시크릿>, 12~13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책이다.
올해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20위에 든 책들을 순위대로 보면, <모순> <결국 국민이 합니다> <혼모노> <급류> <초역 부처의 말> <청춘의 독서>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채식주의자> <단 한 번의 삶> <작별하지 않는다> <스토너> <해커스 토익 기출 VOCA> <다크 심리학> <트렌드 코리아 2026> <위버멘쉬> <가공범> <듀얼 브레인>이 있다.
교보문고 올해 판매 3위 <결국 국민이 합니다>.
교보문고 올해 판매 4위 <혼모노>.
교보문고 올해 판매 5위 <급류>.
교보문고가 분석한 올해 출판의 전체 흐름은 3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인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올해 전체 분야 베스트셀러 1위뿐만 아니라 20위권에 한강 작가의 주요 책들이 고루 포함되었다. 또 한강 작가에서 시작된 소설의 열풍이 한국 소설 전반으로 확대된 점도 의미 있는 결과이다.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권 내 소설은 처음으로 30종이 순위에 올랐고, 한국 소설 외에 세계문학전집도 다수 상위권에 오르면서 소설 전반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확인되었다.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 등 정치적 이슈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됐지만, 역으로 서점가는 정치 분야 도서 판매가 두드러졌다. 정치사회 분야는 전년 대비 19.1% 증가하였으며, 특히 5월에는 93.2%로 매우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정치/외교 관련 도서가 53.1% 증가하며 전체 성장을 이끌었고, 헌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법학 분야는 전공자를 넘어 일반 독자층까지 확장되었다.
하반기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 모멘텀과 주식시장 활성화가 이어지면서 경제/경영 분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책을 통해 미리 ‘읽는 투자’ 수요를 자극했다. 전년 대비 월별 신장률은 5월에 -19.0%로 저점을 기록한 후, 점진적으로 회복하는 추세를 보이다가 8월부터는 신장세로 돌아섰다.
교보문고 올해 판매 6위 <초역 부처의 말>.
교보문고 올해 판매 7위 <청춘의 독서>.
경제/경영 분야 반전의 핵심은 주식 관련 도서였다. 8월부터 높은 신장률을 보이면서 11월에는 99.3%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재테크/금융 분야 또한 8월부터 판매가 증가했다. 올해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키워드를 보면 주식, AI, ETF, 미국, 비트코인, 트럼프 등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잘 보여주었다.
Chat GPT나 제미나이 등 대화형 AI 모델이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들면서 기술 활용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출판계에도 AI와 관련된 책들이 대거 쏟아졌고 성인 독자들을 위한 새로운 기술 학습 시장이 열리는 계기가 되었다.
알라딘 서점이 발표한 올해 베스트셀러는 한강 작가의 인기가 더 두드러진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가 역시 1위를 차지했으며 <모순> <초역 부처의 말> <ETS 토익 정기시험 기출문제집 1000 Vol. 4 Reading> <작별하지 않는다> <ETS 토익 정기시험 기출문제집 1000 Vol. 4 Listening> <채식주의자(리마스터판)> <해커스 토익 기출 VOCA> <스토너> <급류>가 10위권 내에 들어있다. 한강 작가의 책을 빼면 토익 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문제집이 많이 판매됐다.
교보문고 올해 판매 8위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교보문고 올해 판매 9위 <채식주의자>.
교보문고 올해 판매 10위 <단 한 번의 삶>.
알라딘 서점은 올해 출간된 책들만 대상으로 베스트셀러를 따로 뽑았다. 성해나 작가의 소설 <혼모노>가 1위를 차지했으며 <청춘의 독서 (특별증보판)> <결국 국민이 합니다 : 이재명의 인생과 정치철학> <단 한 번의 삶> <안녕이라 그랬어> <빛과 실> <첫 여름, 완주> <위버멘쉬> <호의에 대하여> <듀얼 브레인>이 10위권에 들어갔다.
유시민 작가의 개정증보판 <청춘의 독서>는 지난 2009년 출간된 책에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 관한 글 1편, 서문이 추가되었을 뿐인데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첫 여름, 완주>는 박정민 배우가 운영하는 무제 출판사의 소설로 높은 완성도의 오디오북이 동시에 인기를 끌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첫 책인 <호의에 대해서>가 출간과 동시에 주요 서점 1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고 2025년 신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온 것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