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거꾸로 간다] 고독사 없는 새해를 희망하며

입력 : 2025-12-17 18: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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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달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주최한 ‘고독사 포럼’이 부산에서 개최됐다. 행사에서는 고독사 예방 사업 발표와 토론, 정부 정책 방향 소개, 지자체 우수 사례 공유 등이 이어졌다. 포럼의 화두는 단연 ‘5060세대’였다. 우리 사회의 복지 안전망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에 집중돼 있어, 이들은 여전히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2016년 여름 부산에서는 고독사가 매일 1~2건씩 발생했다. 당시 5060세대의 비율이 높았다는 점은 사회적 이슈였다. 그로부터 10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5060세대가 여전히 고독사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과거 지자체 차원에서 고군분투하던 고독사 문제가 이제는 중앙정부의 핵심 의제로 떠올라 체계적인 정책이 수립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현장에서는 정책 공백이 감지된다. 정부는 대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를 기대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제도의 변화가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지체 현상’이 발생한다.

5060세대의 고독사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엇갈린다. “그 나이가 되도록 자신의 삶을 책임지지 못한 결과”라는 냉소적 반응도 있고, “오죽 힘들었으면 그랬겠냐”는 동정론도 존재한다. 이미 세상을 등진 그들에게 삶의 궤적을 직접 물을 수는 없다. 다만 단절, 이혼, 미혼, 실업, 질병, 부채, 알코올 의존증 등을 발견할 뿐이다. 이러한 복합적 원인이 사회적 고립을 낳고, 끝내 고독한 죽음으로 이끌었으리라 짐작할 따름이다.

국가데이터처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부산 전체 147만 1000가구 중 1인 가구는 54만 8000가구에 달한다. 1인 가구 중 70대 이상은 23.7%, 60대는 19.7%를 차지한다. 흥미로운 점은 6070세대의 1인 가구 비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고독사 발생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해당 연령층에 돌봄을 비롯한 다양한 복지 제도가 촘촘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다시 65세 이하 계층으로 귀결된다. 이들에게는 지원책이 부족할뿐더러, 설령 도움을 주려 해도 당사자가 거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부는 고독사 예방을 위해 끊임없이 정책을 연구하고 시행 중이다. 그러나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제도의 지속성은 물론, 이웃의 따뜻한 관심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당사자의 의지다. 그 의지의 불씨를 살리는 것은 결국 가장 가까운 이들의 관심과 설득, 그리고 정부의 수요자 맞춤형 지원책일 것이다.

우리는 곧 또다시 새해의 출발선에 선다. 새해엔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도 희망찬 소식이 들려오길 간절히 소망한다.

금정산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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