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부산에서 시작된 국제 소월협회는 지난 17일 시집 <진달래꽃> 발간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국제 소월협회 제공
3년 전 부산에서 시작된 국제 소월협회는 지난 17일 시집 <진달래꽃> 발간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국제 소월협회 제공
시 ‘진달래꽃’은 의무 교육을 받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김소월 시인은 생전에 <진달래꽃>이라는 딱 한 권의 시집을 남겼을 뿐이지만, 국민 시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의 시는 대한민국에 큰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1925년 출간된 딱 한 권의 소월 시집은 지난 한 세기 동안 각종 출판사에서 850여 종으로 다시 출간됐다. 320명의 가수가 소월 시를 바탕으로 만든 노래 66곡을 각자 개성에 맞게 리메이크해 앨범으로 냈다.
하지만 한국에는 지금까지 김소월 전용 문학관이 없으며, 심지어 김소월의 시는 현대시에 밀려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듯하다. 이 같은 사실에 안타까워하며 지난 2022년 부산에서 국제 소월협회가 탄생했다. 1922년 문예지 <개벽> 25호에 ‘진달래꽃’ 시가 발표되었고, 100주년을 맞아 각계각층 부산 사람들이 협회 탄생을 위해 참여했다.
당시 사단법인 유라시아교육원 산하의 유라시아포럼이 주도적으로 움직였고, 유라시아 포럼 회장이자 현재 국제 소월협회 회장을 맡은 이재혁 부산외대 명예교수가 그 중심에 있었다. 이 회장은 "러시아의 푸시킨과 독일의 괴테, 스페인 로르카, 칠레 네루다, 필리핀의 리살, 아일랜드의 예이츠처럼 우리에게도 김소월이라는 자랑스러운 국민 시인이 있다. 그런데 한민족을 대표하는 김소월 시인의 전용 문학관도 없고, 국내외에서 소홀히 취급되는 현실이 안타까워 국내외 뜻있는 인사들이 힘을 합쳤다”라고 전했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국제 소월협회는 꾸준히 활동하며 하나씩 성과를 쌓아갔다. 지난 17일 국제 소월협회는 시집 <진달래꽃>의 발간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3년간의 활동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기념행사는 이재혁 회장이 ‘<진달래꽃> 백 주년의 의미와 문화 기억’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고, 소월 시 낭송회, 오카리나 연주, 노래패 공연, 소월의 시 필사해 보기, 나무판에 소월의 시 새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어갔다.
국제 소월협회 고문으로 이날 행사에 참여한 전호환 부산 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공동위원장(전 부산대 총장)은 “소월 시인은 한국 근대 시의 출발점을 넘어 남북한 7000만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통일과 사회 통합의 상징”이라고 밝혔다. 임성원 부산외대 특임교수(전 부산일보 논설실장, 예술학 박사) 또한 “앞으로 ‘소월 국제문학관’(가칭)의 건립을 통하여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의 교육문화콘텐츠가 더 확충되고, 시민과 청소년의 정서 생활이 한층 윤택해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열린 제1회 국제 소월 시 낭송회 모습. 국제 소월협회 제공
매월 열리는 소월 시 감상회 모습. 국제 소월협회 제공
100년 전인 1925년에 출간된 시집 <진달래꽃>. 국제 소월협회 제공
국제 소월협회의 대표 활동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우선 매월 세 번째 수요일에 ‘소월 시 감상회’를 정기적으로 열며 34회차까지 진행했다. 소월의 시를 단순히 감상하는 것을 넘어 시를 분석하고 대문호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거장들과 소월의 시를 비교하거나 음악과 연결하는 등 매주 다른 주제로 소월 시에 접근했다.
유라시아 여러 대학에 소월 시집을 한국어 교재로 기증했고,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식 후원을 받아 제1회 국제 소월 시 낭송회도 열었다. 첫 대회임에도 19개국, 104명의 외국인(다문화가정 포함)이 참여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올해는 국비, 시비를 받아 황령산 생태숲 2.3km 구간에 ‘김소월 시와 함께하는 길’을 조성했고, 10개의 시비를 만날 수 있다.
국제 소월협회는 지난 활동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계획을 발표했다. 소월 기념사업재단과 소월 박물관을 부산에 설립해 주요 외국어로 소월 시집을 번역하여 알리고, 시대에 맞게 다양한 소월 시 교재와 영상 콘텐츠를 개발하여 해외 한국학 거점대학에 보급하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문학관은 젊은 세대와 미래를 위해 디지털 콘텐츠 부문을 강화하고 국제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구상하고 있다.
‘소월 문학예술제’ 혹은 ‘소월 바다 문학예술제’ 등을 정기적 개최할 예정이며, 초중고 방과 후 활동에 소월 시 낭송 프로그램도 지원할 생각이다. 지역 대학 해외유학생의 글쓰기 교육, 교양 교육에 국제 소월협회의 소월 시 교육 프로그램을 접목할 게획이며, 시민학술대회, 청소년 소월문학상 시상 등 문학을 넘어 한국 문화의 국제화에 소월 시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