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나체인 CI. 마리나체인 제공
부산 항만·물류 현장에서 성장한 해운 블록체인·인공지능(AI) 스타트업의 기술력이 세계적 해운사의 공식 무대에서 인정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4일 부산 스타트업 마리나체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글로벌 해운그룹 CMA CGM이 주관하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ZEBOX가 함께 운영하는 ‘CMA CGM 스타트업 어워즈 2025’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최종 후보에 올랐다. 수상은 불발됐으나 이번 성과는 부산 기반 해운·물류 기술 스타트업이 글로벌 선사의 실제 의사결정 라인에서 기술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마리나체인은 선박 운항 데이터와 각종 해운 문서를 AI로 자동 처리해, 국제 탄소 규제 대응을 지원하는 설루션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핵심 제품은 국제해사기구(IMO)와 유럽연합(EU) 규제 대응을 자동 관리하는 ‘마리나넷’이다. 선박 연료유 사용량 보고제도인 IMO 연료 소모량 데이터(DCS)를 비롯해 탄소집약도지표(CII), EU 해운 탄소배출 모니터링·보고·검증(MRV), EU 배출권거래제(ETS) 등 복잡한 요구사항을 통합해 처리하는 것이 목표다.
마리나체인은 특히 선원, 본사 운항팀, 검증기관 사이에서 반복되던 데이터 입력·검증·보고 업무를 자동화해 실무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수개월이 걸리던 규제 대응 준비 과정이 AI 기반 자동화로 단축되면서, 글로벌 해운사 운영 환경에 즉시 적용 가능한 기술이라는 것이다.
마리나체인은 앞으로 탄소배출권(EUA) 중개, 바이오연료 도입 전략, ESG·공급망 탄소 평가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동시에 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고객사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해운·항만·물류 전반을 아우르는 AI 기반 디지털 전환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마리나체인 하성엽 대표는 “국내 최초로 CMA CGM 스타트업 어워즈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된 것은 기술이 글로벌 해운·물류 산업에서 실질적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의미”라며 “부산이 가진 해양·물류 산업의 현장 경험을 기반으로 글로벌 탄소 규제와 디지털 전환을 동시에 해결하는 기술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