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로 시작, 대치로 끝나는 2025정국

입력 : 2025-12-28 18:36:12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법안 처리 과정마다 여야 충돌
필리버스터 500시간 훌쩍 넘겨
22대 국회 강 대 강 대치 일상화
통일교 특검 ‘끝없는 힘겨루기’
새해도 꽁꽁 언 대치정국 계속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새로 단장한 청와대로 첫 출근한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등으로 얼룩진 '용산 시대'가 3년 7개월 만에 막을 내리고, 청와대 시대가 다시 시작됐다. 서울 종로구 청와대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새로 단장한 청와대로 첫 출근한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등으로 얼룩진 '용산 시대'가 3년 7개월 만에 막을 내리고, 청와대 시대가 다시 시작됐다. 서울 종로구 청와대 모습. 연합뉴스

‘협치 없는 국회’가 2025년 한 해 내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을 둘러싸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대립했던 국회가 통일교 특검법 처리 과정에서도 타협점을 찾지 못하며 다시 대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22대 국회 출범 이후 주요 법안마다 충돌을 반복해 온 여야가 통일교 특검을 둘러싸고 또다시 맞서면서, 올해에도 국민들은 국회의 협치를 목도하지 못한 채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원내 지도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만나 통일교 특검 추천 방식과 수사 대상 등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양당은 특검 추천 주체와 수사 범위를 놓고 여전히 이견을 보인다. 양측은 29일 다시 만나 통일교 특검법 합의 처리를 위한 세부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법을 최대한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30일 본회의에서 개혁신당과 공동으로 발의한 통일교 특검법을 처리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킬 의지가 있다면 더 이상 본질을 흐려선 안 된다. 계속 방탄, 침대 축구로 버티려 하면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30일까지 특검법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특단의 조치’도 검토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와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공동 단식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통일교 특검법에 신천지 의혹을 포함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 중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압박을 ‘정치 공세’로 규정하며 맞서는 모습이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통일교 특검은 여야가 진정성 있게 협의하면 즉시 처리할 수 있다”며 국민의힘을 향해 신천지 의혹 수사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통일교 특검 논의가 공전하면서 국회에서는 연말까지 대치 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내란·김건희·채 해병 특검 수사의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는 2차 종합 특검법을 새해 첫 법안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절대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새해 국회 시작과 함께 다시 필리버스터가 펼쳐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2대 국회 출범 이후 법안 처리 과정마다 여야 충돌이 반복되면서 강 대 강 대치가 일상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회의 상정에 앞서 법안에 대한 충분한 숙의가 이뤄져야 하지만 여야 협치가 실종되면서 필리버스터가 상시화됐다는 평가도 들린다. 실제로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난해 5월부터 이달까지 진행된 필리버스터 시간은 500시간을 훌쩍 넘는다. 장시간 토론이 이어졌지만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법안을 통과시킨 사례는 사실상 없었다. 상임위원회에서도 안건에 이의가 제기됐음에도 표결로 처리된 사례가 3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 처리를 우선하던 국회의 관행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방송 4법,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 검찰청 폐지법 등 주요 쟁점 법안들도 야권 반대 속에 처리됐다.

이 과정에서 필리버스터 일상화를 둘러싼 의장단 내부 갈등도 표면화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필리버스터 진행과 관련한 부담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통일교 특검법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연초까지 이어질 경우, 새해 국회에서도 강 대 강 충돌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