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구에서 중구를 거처 동구까지 이어지는 망양로 산복도로 일대의 원도심 모습. 부산일보DB
지방 재정은 기초지자체 단위로 내려갈수록 더욱 취약해진다. 부산에서는 자체 수입으로 예산의 20%도 충당하지 못하는 구·군이 적지 않아, 재정자립도 하락이 새로운 정책 추진을 가로막고 지역 살림 전반을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구조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22일 국가데이터처 등에 따르면 부산의 기초지자체 재정 여건은 광역 단위보다 훨씬 더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 본청을 제외한 16개 구·군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17.79%로, 전국 8대 특별·광역시 중 최하위권 수준을 기록했다. 자체 수입만으로 예산의 20%도 충당하지 못하는 기초지자체가 다수라는 의미다.
구·군별로 보면 영도구가 9.5%로 가장 낮았고, 북구(9.9%) 서구(12.4%) 동구(14.8%) 등 10%대 초반에 머문 지역이 적지 않았다. 사하구(15.1%) 금정구(15.6%) 사상구(16.0%) 수영구(16.3%) 남구(17.1%) 부산진구(17.7%) 연제구(17.5%) 동래구(18.1%) 등도 재정자립도 20%를 밑돌았다.
일부 지역만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공장 단지가 밀집한 강서구는 39.6%로 부산 기초지자체 가운데 가장 높았고, 기장군은 28.1%, 해운대구는 24.9%를 기록했다. 강서구는 산업단지와 물류시설이 집중되며 취득세·재산세 수입이 상대적으로 크고, 기장군과 해운대구 역시 개발 사업과 상업·관광시설, 고가 부동산 비중이 세수에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원도심이나 주거 밀집 지역 위주의 기초지자체들은 신규 세원 창출 여력이 제한적이다. 산업·상업 기반이 취약한 데다 고령인구 비중이 높아 복지 지출 부담이 커지면서, 자체 재원 확충보다는 중앙·광역정부 이전 재원에 의존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재정 압박은 지출 구조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부산 동구의 경우 2024년 결산 기준 사회복지 분야 지출액은 2326억 1100만 원으로, 전체 세출 결산액 4154억 300만 원의 56%를 차지했다. 매년 절반이 넘는 예산이 사회복지 분야에 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사회복지 지출은 고령인구 증가와 복지 수요 확대에 따라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사회복지 지출이 대부분 의무 지출 성격이라는 점이다. 기초연금, 노인 돌봄, 장애인 복지 등은 경기 상황이나 단체장의 정책 선택과 무관하게 반드시 집행해야 하는 항목들이다. 재정 여건이 악화되더라도 쉽게 줄일 수 없는 지출 구조가 이미 고착화돼 있다는 의미다.
반면 기초지자체가 자체 판단으로 조정할 수 있는 재량 지출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도시 정비나 생활 인프라 개선, 지역 활성화 사업 등은 예산 편성 과정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황에서 의무 지출 비중이 커질수록 정책을 통해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여지는 갈수록 좁아진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