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 벽두 국제사회를 경악시킨 두 개의 사건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연달아 발생했다. 하나는 남미 베네수엘라의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한 사건이며, 다른 하나는 북극해에 위치한 덴마크의 자치령 그린란드를 병합하려는 움직임이다.
먼저 1월 3일 발생한 베네수엘라 사태다. 미국은 주권 국가인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마약 밀매 및 국제 범죄 연루 혐의를 들어 베네수엘라 영토 내에서 신병을 확보한 뒤 미국으로 압송했다. 미 법무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를 ‘마약 테러리즘’ 혐의로 기소해 온 상태였으며, 이번 조치는 이러한 사법 절차를 근거로 단행됐다. 베네수엘라는 남미의 대표적인 반미 국가이자, 2000년대 초 이후 중국이 추진해 온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중남미 주요 거점 국가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베네수엘라 작전의 핵심은 서반구를 미국의 배타적 세력권으로 설정하고 외부 강대국, 특히 중국이 이 지역의 상업·자원·핵심 자산에 관여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데 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를 재삼 밝히며 무력 사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병합 이유로는 러시아 해군을 차단할 수 있는 교두보, 희토류와 석유 등 풍부한 천연자원, 그리고 북극항로와의 연계를 제시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미국의 오랜 동맹국인 덴마크는 강하게 반발했다. 덴마크를 선두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하자, 미국은 이에 대응해 10~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NATO 동맹국 간 긴장은 급격히 고조됐다. 이후 1월 21일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을 계기로 덴마크의 통치권을 형식적으로 존중하는 선에서 그린란드 내 미군 기지 건설과 안보 협력 강화를 포함한 미국 주도의 합의 틀이 마련되며 사태는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이렇듯 서로 다른 지역에서 순차적으로 일어난 이 두 사건은 미국의 서반구에서의 우선적 권리와 영향력을 주장해 온 전통적 먼로주의(Monroe Doctrine)를 트럼프식으로 재해석한 이른바 ‘돈로주의(Donroe Doctrine)’의 작동 방식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즉 미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특정 국가의 지도자도 단독 행동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또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지역에서는 주권이나 동맹 관계 역시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통상 새 행정부 출범 시 작성되는 미국의 최상위 외교·안보 전략 문서인 국가안보전략(NSS)과 이를 군사적으로 구체화한 문서인 국가방위전략(NDS) 역시 트럼프의 ‘돈로주의’를 토대로 구성돼 있다. 2025년 12월 4일 발표된 ‘2026 NSS’는 서반구와 인도·태평양에 우선순위를 두고, 다른 지역은 미국의 핵심 이익과의 연계성에 따라 관여 수준을 조정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또한 동맹국도 자동적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방위 능력과 산업·기술 역량, 공급망 안정성 등 실질적 기여 능력을 기준으로 평가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한국에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가”라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어 1월 23일에 발표된 ‘2026 NDS’는 북한, 특히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를 포함한 미사일 전력이 한국과 일본, 나아가 미국 본토에도 위협이 된다고 평가했다. 반면 북한 비핵화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동아시아를 넘어 인도·태평양 차원에서의 역할 분담은 보다 분명히 했다. 즉 한국의 국방 능력을 높게 평가하면서 북한 억지의 주도적 책임자로 설정했고, 일본은 유엔사 후방기지를 포함해 중국 억제의 전방기지로 규정했다. 그리고 미국의 역할은 ‘결정적이지만 제한적인 지원’으로 조정됐다. 이는 한반도 방어의 기본 구조를 ‘미국 주도’에서 ‘한국 주도·미국 지원’ 체제로 재편하겠다는 전략적 방향 전환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처럼 트럼프의 ‘돈로주의’가 구체화되는 가운데, 한국의 이재명 정부는 한반도 안보의 ‘1차 책임 국가’라는 역할을 실질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방위 부담을 전담한다는 차원을 넘어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위기관리와 억지, 나아가 한반도 평화 추진의 주체로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외교·안보 전략 전반을 재설계할 수 있는 한국의 역량은 물론, 그에 상응하는 전략적 자율성의 인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조건들이 한미 간에 충분히 공유되지 않는다면, 트럼프의 ‘돈로주의’가 요구하는 동맹의 현대화는 협력의 심화가 아니라 위험의 일방적 이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