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최대의 귀금속 시장인 부산진구 범천동 골드테마거리가 금값 급등 등의 여파로 침체를 겪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범천동 골드테마거리.
클립아트코리아
지난달 30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골드테마거리의 중심 격인 삼거리 앞 상징 조형물 주변에서는 행인조차 만나기 어려웠다. 동천과 서면 방면으로 각각 이어진 상가에는 임대 안내문이 붙은 점포도 쉽게 목격됐다. 문을 연 점포 중에도 절반 이상은 손님은 없었다.
서면 방면 상가에서 20년째 소매 금은방을 운영하는 박 모(65) 씨. 원래 4명이 각각 부스를 차려 합동으로 점포를 운영했는데, 3명이 영업을 접으면서 박 씨 혼자 남았다. 박 씨는 “금값이 오르면서 오랫동안 거래하던 단골들도 발길이 뜸해졌다”라며 “임대료는 물론 전기료와 난방비도 부담스러워 단골이 오지 않는 주말에는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부산을 대표하는 귀금속 상가 밀집 지역인 골드테마거리가 가파른 금값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 6년 전 20만 원 선이던 순금 한 돈(3.75g) 가격은 최근 한때 100만 원을 넘어섰다. 경기 불황에 결혼 기피 등이 겹치자 예물 등 소매 수요도 크게 줄었다. 최근에는 상인들을 속이는 ‘가짜 금’ 주의보까지 내려지면서 상권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2일 부산귀금속유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골드테마거리에 입점한 점포 수는 315개다. 2019년(342개)에 비해 6년 새 약 10% 줄었다. 한강 이남 최대의 귀금속 거리로 꼽히는 골드테마거리는 1980년 초 부산 곳곳에 있던 귀금속 상점들이 모여들면서 형성됐다. 1995년에 지금의 명칭이 붙었고, 2006년 부산시 귀금속 특화 전문시장으로 지정됐다. 2012년엔 점포 수가 490개에 달했다.
점포 수가 급감한 배경에는 최근 가파르게 치솟은 금값이 있다. 금값이 말 그대로 ‘금값’이 되면서 사려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2019년 초 사는 가격 기준 20만 원 선에 거래되던 순금 한 돈 가격은 꾸준히 오르더니 2024년부터 급등세를 보였고, 지난달에는 100만 원을 돌파했다. 2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순금 한 돈 가격은 98만 2000원이다.
여기에 경기 불황과 결혼 기피 등으로 돌 반지, 커플링과 같은 예물용 귀금속에 대한 수요도 줄었다. 40년째 금은방을 운영 중인 조 모 대표는 “대부분 손님이 가격 비교만 하고 떠나 실제 거래는 드물다”며 “금값이 올라도 마진에는 큰 차이가 없고 오히려 매출만 줄었다”고 말했다.
이날 골드테마거리를 찾은 김 모(33) 씨는 “여자 친구와 결혼반지를 알아보는 중인데 워낙 요즘 금값이 비싸기도 하고, 이곳이 더 저렴하지도 않은 것 같아 일단 그냥 돌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금값 상승으로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골드바 매입 등 투자용 금 수요도 예전 같지 않다. 최근에는 모바일을 통해 쉽게 ETF 등 현물 투자 상품에 접근할 수 있어 투자자들은 금융 시장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게다가 최근에는 ‘가짜 금’ 경계령도 내려지면서 상인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에서는 중량을 늘리기 위해 결제용 금 안에 텅스텐 등 이물질을 섞은 ‘가짜 금’이 적발됐다. 지난해부터 골드테마거리 업주들도 금 매입 때 금을 절단하는 등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완전히 녹이지 않는 한 100% 적발에는 한계가 있다. 20년 경력의 한 업주는 “예전엔 처음 보는 손님들이 오면 반가웠지만 이제는 경계심부터 든다”라고 말했다.
부산귀금속유통업협동조합 김영훈 이사장은 “최근 금값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골드테마거리만의 장점이 널리 알려지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엄격한 상품 검수, 정확한 시세 반영 등으로 상인과 고객이 모두 신뢰할 수 있는 거래 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