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질서 정연한 사회, 불안한 개인

입력 : 2026-02-05 13:24:26 수정 : 2026-02-05 13: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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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구마시로 도루


신간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책 표지. 생각지도 제공 신간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책 표지. 생각지도 제공

쓰레기 없는 거리, 친절하고 빠른 서비스업 종사자, 지극히 얌전한 아이들과 단정하고 건강한 어른들. 현대인은 인류 역사상 가장 청결하고 안전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에 살고 있다. 신간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의 저자는 이 쾌적함이 타인을 향한 노골적인 배제와 통제의 동력이 되고, 더 나아가 우리를 억압하고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는다.

저자에 따르면 현대 도시 시스템은 과거의 불편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켰지만, 동시에 개인을 억압하는 또 다른 힘으로 작동한다. 현대인들은 무결점의 능숙하고 효율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검열한다. 저자는 건강, 청결, 저출생, 공간 설계, 의사소통을 주요 키워드로,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들이 개인을 '정상성'이라는 좁은 규격 안에 가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은 과거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일들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필요 이상의 수치심과 죄책감, 열등감을 느낀다. 사회는 더 예민해지고, 엄격하고, 편협해졌다.

일 처리가 느리거나 성격이 내성적이거나 의사소통이 서툰 이들은 역량을 발휘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사회에서 밀려난다. 좌절과 불안은 현대인을 정신건강의학과로 내몬다. 예전에는 조금 독특한 개성으로 여겨졌을지도 모를 특성이 이제는 교정해야 할 질병이 돼 버린 건 아닐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폭증하는 ADHD,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을 개인의 결함으로만 보지 않는다. 자본주의적 질서와 고도화된 사회 규범, 정신의료 시스템이 맞물려 만들어낸 구조적 산물이라고 규정한다. 구마시로 도루 지음/이정미 옮김/생각지도/336쪽/2만 1000원.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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