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편백림 박상호 대표가 편백숲을 둘러보며 나무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골프채를 놓은 이후 매일 숲을 둘러보는 건 그의 일과가 됐다.
2대에 걸쳐 40여 년 동안 조성된 경남 사천시 ‘사천편백림’이 그간의 사회공헌을 인정받았다.
5일 사천시 등에 따르면 지역 기업인 ‘사천편백림’이 지역사회 발전과 나눔 문화 확산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경상남도 사회공헌자’ 인증을 획득했다. 이번 인증은 한 일가가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숲을 가꿔온 진정성과 이를 지역민과 아낌없이 공유해온 공로를 공식 인정받은 결과다.
사천편백림은 12ha(3만 6000평) 규모에 8000그루 이상의 편백이 심겨 있다. 대부분 편백숲은 공공기관이 나무를 심은 뒤 치유의 숲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이곳은 임야 소유주가 2대에 걸쳐 40여 년 동안 직접 나무를 심고 가꿨다. 개인이 심은 편백숲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유일 편백 허가기업 ‘사천편백림’으로 성장했다.
박상호(59) 씨가 사천편백림 대표가 된 과정도 상당히 극적이다. 박 대표는 원래 KPGA에서 활동하던 프로골퍼였다. 30여 년 동안 국내외에서 골프 관련 활동을 이어온 그는 지난 2015년 돌연 골프채를 놓고 사천시에 정착했다. 선친인 박재석 씨가 작고하면서 남긴 편백숲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사천시에서 관리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약사였던 선친은 1979년 편백의 기능성이 주목해 황무지나 다름없던 용두산 야산에 편백 묘목을 심었다. 미래 세대에게 ‘푸른 유산’을 남기겠다는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선친이 남긴 사천편백림은 무럭무럭 자라 누구에게나 개방되는 ‘치유의 숲’이 됐다. 365일 연중무휴로 무료 개방해 시민과 방문객에게 휴식처를 제공해 왔다. 심지어는 매년 봄마다 사천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쑥과 고사리 채취 등 무료 체험 행사까지 열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숲의 풍요로움을 이웃과 나눈 그 40년의 공로를 인정해 경남도는 최근 사천편백림을 ‘사회공헌자’로 인증했다.
선친이 남긴 푸른 유산은 이제 아들에게로 이어졌다. 편백 숲 나눔은 그대로 이어가되, 산림 자원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아들이 앞장서고 있다.
박 대표는 먼저 사천시청으로부터 정식 벌목 허가를 받아 편백의 잎이 아닌 목부(심재)만을 사용해 오일을 추출했다.
물론 프로골퍼로 살아온 박 대표가 편백 숲을 가꾸고 가치를 발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처음 숲을 봤을 때 몇 년간 관리가 안 돼 나무가 많이 상해있었다. 관련 지식도 없어서 정말 막막했다. 하나하나 배우고 벌목에 나선 끝에 다시 건강한 숲을 만들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국내에 편백 오일 추출과 관련한 기술은 커녕 설비조차 제대로 없던 시절이다. 박 대표는 전기밥솥을 개조해 시범적으로 오일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고도 오일의 유효 성분을 분석해 줄 연구 기관이 없어 어려움을 겪다 전남의 한 연구소에서 어렵게 성분 분석에 성공했다. 편백의 목부는 잎과 달리 민감성 피부와 트러블 케어에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후 사천편백림은 자체 기술로 고효율 아로마 오일 추출기를 개발해 특허를 획득했고, 바이오 업계로 원료를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
박 대표는 “편백숲을 2대, 46년에 걸쳐 ‘모두의 정원’이라는 마음으로 관리해 왔다”라며 “고품질의 편백 제품을 연구 개발하는 동시에 나물 캐기 등 정겨운 나눔도 이어가며 사천시와 경남도를 대표하는 사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라고 다짐했다.
글·사진=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