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태운 119 구급차가 부산의 한 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과 경남의 기초지자체가 직접 필수의료 공백을 메우는 과감한 도전에 나서 성과가 주목된다. 부산 기장군은 부산 최초로 24시간 소아과 진료 체제를 구축했다. 경남 양산시는 전국 기초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자체적인 지역필수의사제를 도입했다. 두 곳 모두 응급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거나, 심야에 아이가 열이 펄펄 나도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자 지자체가 직접 병원·의료 인력을 확보해서 공공의료를 구현하려는 경우다. 이를 뒤집어 보면 정부와 광역지자체의 정책이 현장에서 통하지 않는 허점을 드러낸 셈이다. 지속 가능한 지역 의료 체제 해법을 찾으려면 기장과 양산의 실험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부산에서는 고교생이 응급실 뺑뺑이 끝에 구급차에서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어렵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당한 결과다. 부산시 예산 지원으로 아동을 전담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이 있지만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문을 닫거나, 야간·휴일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기장군은 정관우리아동병원과 우리온누리약국에 연간 9억 원의 재정을 투입해 ‘연중무휴 소아 진료 보장’을 선언했다. 이는 행정이 붕괴 직전의 필수의료를 되살리는 책임 주체로 나섰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아 의료 접근성과 ‘원스톱 진료’ 실효성의 측면에서 기장군 모델의 지속·전파 가능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양산형 지역필수의사제는 한발 더 나아갔다. 양산시는 지난해 필수의료 인건비를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했고, 올해 지역 유일의 응급의료기관인 베데스다복음병원에 지역필수의사 2명을 확보했다. 양산시는 정부의 지역의사제 지원이 상급병원에 집중된 탓에 응급 현장인 2차 병원에 전문의가 없는 점에서 출발했다. ‘병원 등급’이 아닌 ‘현장 수요’에서 해결책을 찾은 경우다. 경력 요건을 완화해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장기 근무를 유도하는 제도 설계도 돋보인다는 평가다. 다만 양산의 실험이 시작된 지점은 동시에 정부와 광역지자체 정책의 빈틈이라는 점에서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 양산시 단독으로 떠안을 부담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장과 양산이 도전하는 ‘24시간 어린이 진료’나 ‘2차 병원 응급실’이 그저 그런 모범 사례로 거론되다 잊혀서는 안 된다. 일회성에 그치거나 실패하도록 방치해서도 안 된다. 특히 일부 기초지자체의 재정 여력과 행정 의지에 공공의료 접근성을 떠넘기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정부나 광역지자체는 기장과 양산의 실험을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응급실 뺑뺑이나 수도권 원정 진료라는 후진적 의료 환경을 강요당하는 지역민의 불안·불편을 되새겨야 한다는 의미다. 지역 의료를 살리는 해법은 현장에 있다. 지역의 몸부림에 정부와 광역지자체가 적극적인 공공의료 확장 정책으로 화답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