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인의 자녀가 서울에 있는 기업에 취업했다.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해 취업한 사례다. 지인은 서울에서 월세가 없는 전셋집을 찾아 나섰고 우여곡절 끝에 계약했다. 이후 지인의 자녀는 금융기관에 청년전용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했다. 월급의 상당 부분이 월세로 나가면, 청년기 자산 형성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청년 고용 부진이 심각한 현실에서 지인의 자녀는 행복한 축에 속한다. 국가데이터처가 11일 발표한 ‘2026년 1월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만 5000명 줄었다. 고용률도 43.6%로 전년 동기 대비 1.2%포인트 하락했다. 1월 기준 2021년(41.1%)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46만 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1%(3만 5000명)나 증가했다. 채용 시장이 수시·경력직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구직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15~29세 취업자들이 대학 등 최종 학교를 졸업한 후 첫 직장을 얻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1.3개월이다. 관련 통계가 처음 집계된 2004년만 해도 이 기간이 9.5개월이었는데, 20년 새 2개월가량 늦춰졌다. 최근 휴학이나 졸업 유예 등을 통해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첫 직장을 얻기까지 2~3년 이상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인공지능(AI) 확산 여파로 연구개발과 과학, 법률·회계 등 전문직 고용마저 얼어붙는 분위기다.
중장년 세대는 고성장기에 소득과 자산을 모두 불릴 수 있었지만, 지금 청년층은 부를 축적하기가 쉽지 않다. 저성장과 부동산 자산 가격만 폭등하는 상황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취업난과 대출 규제로 청년들의 기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청년 주택 마련을 돕기 위해 ‘디딤돌대출’ 등 정책 대출을 제공하고 있지만, 대출 한도가 수도권 집값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이용하기가 어렵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5억 원, 수도권 전체 주택 평균 매매가가 7억 원을 넘어설 정도로 집값이 폭등했지만, 조건에 따라 5억 원이나 6억 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만 이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계한 주택도시기금 수요자 대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디딤돌대출’과 ‘버팀목대출’ 등 정책대출 집행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18조 원 감소했다. 주택 구입자금 성격의 디딤돌대출 실행액은 지난해 19조 3072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26조 6714억 원에 비해 7조 원 이상 줄었다. 주택 가격 상승으로 정책대출 접근성이 더 낮아진 것이다. 전세자금 대출인 버팀목대출도 6·27 대출 규제 이후 대출 한도가 조정되면서 지난해 집행액은 전년보다 10조 원 이상 줄었다. 청년층의 고용 부진과 주택 비용 부담 증가는 청년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의 성장을 제약하는 구조적 문제로 보아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청년 일자리 양극화도 심각하다. 수도권에 주요 기업이 편중하면서 지방 청년들은 대·중소기업과 지역 격차라는 ‘이중 격차’에 시달려야 한다. 불균형이 지속하면 청년 세대 내에서도 자산 격차가 고착할 우려가 있다. 이런 가운데 청년층이 대를 이어 지방(비수도권)에 머물 경우 ‘인생 역전’이 더 힘들어진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1일 공동 발표한 ‘지역 간 인구 이동과 세대 간 경제력 대물림’ 보고서에 따르면, 세대 간 경제력 대물림은 소득보다는 부동산 등 자산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며,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가 세대를 이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출생·거주 지역과 맞물려 경제력 대물림이 심화하는 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용이 될 재목’을 강으로 보내도록 이동성을 강화하고, 근본적으로는 지방을 ‘작은 개천’에서 ‘큰 강’으로 탈바꿈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방 거점대학·거점도시에 대한 과감한 투자, 지방 산업 기반과 일자리 개선, 공공기관 추가 이전 등 구조적인 대응이 시급한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균형발전과 ‘5극3특’ 정책이 제대로 작동해 지역별로 산업 생태계를 고르게 발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시는 지난 10일 청년정책 추진 계획을 통해 일자리 지원 고도화, 주거·문화 지원 확대, 참여형 정책 강화 등 3대 전략 104개 사업에 462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청년들이 부산에서 미래를 설계하고, 꿈을 이뤄가기를 기원한다. 사상 최강 스펙을 지녔지만, 힘겨운 현실에 직면한 청년들이 힘찬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기성세대를 비롯해 지역사회, 지자체, 국가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줘야 할 것이다.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