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선대부두,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올해 개항 150주년을 맞은 부산항이 다음 150년을 향한 용틀임에 나섰다. 1876년 개항 이래 대한민국 근대화와 경제 성장의 관문 역할을 해온 부산항은 이제 기술 기반 고부가가치 항만으로의 전환 과제를 안고 있다. 그 핵심은 ‘규모’에서 ‘지능화’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는 글로벌 항만 경쟁의 대응이다. 즉, 물동량 중심의 양적 성장 시대를 넘어, AI(인공지능)와 디지털 기술이 주도하는 질적 성장의 시대로 전환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맥락에서 12일 부산항만공사(BPA)가 밝힌 ‘부산항 AX(인공지능 대전환)’ 선언은 단순한 항만 현대화를 넘어 국가 항만 산업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가늠자라 할 수 있다.
BPA가 이날 부산항의 비전으로 제시한 ‘미래형 초연결 AI 항만’은 정부 핵심 추진 전략인 ‘AI 3대 강국’의 해양판 전략으로 읽힌다. 2030년까지 4351억 원을 투입해 부산항 운영에 AI 기술을 전면 도입하고, 이로써 컨테이너 터미널 생산성 30% 향상, 항만 내 인명 사고 ‘0’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나아가 한국형 자동화 터미널을 완성해 해외 시장 진출까지 견인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까지 포함됐다. 이미 BPA의 지능형 항만 구상은 항만물류 통합 플랫폼인 ‘체인 포털’을 통한 물류 최적화로 구현되고 있다. 부산항은 세계 2위 환적항에 안주하지 않고 데이터 기반 글로벌 물류 허브로 진화하는 중이다.
이번 ‘AI 대전환’ 선언은 항만 현장에서 부딪히는 현실적 문제의 해결책까지 포괄한 데에 의의가 있다. 항만은 중장비·고소·야간 작업이 많은 고위험 환경에 노출되고, 인력난도 심각하다. 대전환 계획에 따르면 24시간 사고 예방과 로봇 하역 등에 AI 기술이 도입된다. 또 선박 부두 고정 작업과 컨테이너 전도 가능성 예측 시스템도 개발되어 안전성을 높이게 된다. 나아가 물류 운송 단계까지 AI를 도입해 화물차 운전자의 예약 편의, 선박 도착 시간 예측, 게이트 혼잡 해소 등 항만 전후방 시스템 전반에 최적화를 꾀한다. 물론 이러한 기술 혁신이 노사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부산항 AX는 디지털 기술의 도입에 그치지 않는 구조적 전환으로 이어져야 한다. 특히 해양수산부와 관련 기관·기업의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을 계기로 해양경제권 구상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항은 해양산업의 플랫폼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항만이 용광로가 되어 해양 기술·산업·정책을 한데 녹여낼 때 실행력이 배가될 수 있다는 의미다. 부산항 AI 대전환은 도시의 산업 생태계, 일자리 구조, 글로벌 위상을 바꾸는 과업이다. 국내 항만 최초이자 유일한 AI 로드맵을 발표한 것 자체가 부산항의 미래 지향을 드러내는 것이다. 항만물류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항만의 미래와 해양디지털 산업을 이끄는 선도자로 우뚝 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