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좋은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거나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할 것을 걱정하는 부모의 불안이 사교육 시장을 키우고 있다는 실증 결과가 나왔다. 클립아트코리아
자녀가 좋은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거나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할 것을 걱정하는 부모의 불안이 사교육 시장을 키우고 있다는 실증 결과가 나왔다. 이는 지나치게 ‘성공의 문’이 좁은 한국 사회 구조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1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KDI 한성민 연구위원은 작년 말 이런 내용의 ‘사교육 의존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고찰 및 함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에서는 부모의 경쟁 압력이 사교육 비용 증가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부모의 경쟁압력 점수가 1점 증가할 때 자녀의 사교육 비용은 2.9% 늘어났다.
부모의 경쟁압력이란 자녀의 탁월한 학업 성취와 성공에 관한 기대, 열망과 치열한 입시경쟁 상황에서 발생하는 부모의 불안감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부모의 경쟁 압력은 자녀의 학원 수나 사교육 시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물리적 한계로 인해 시간을 늘리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경쟁압력이 높아지면 사교육 질적 수준을 높이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연구진은 이런 불안의 주요 요소로 우리 사회의 좁은 성공 통로로 인한 과도한 경쟁환경을 지적했다.
한 연구위원은 “‘좋은 일자리’ 취업 확률 10%, ‘좋은 대학’ 입학 확률 4%라는 수치는 성공 경로가 제한돼 있다는 사회구조적 문제가 존재함을 보여준다”며 “이런 현실에서는 자녀의 성공을 바라는 부모 세대의 불안과 경쟁 심리가 극대화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결국 부모의 경쟁 압력을 낮추기 위해선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해소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노동시장이 높은 임금과 안정적 고용 조건을 갖춘 1차 시장과 낮은 임금, 불안정한 근로 조건을 특징으로 하는 2차 시장으로 분절돼 있다는 것이다.
2025학년부터 적용된 고교 내신 5등급제를 지속해 추적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내신 등급의 변별력이 약화하면서 대학이 세부적인 학생부 기록이나 수능 성적을 더 중요하게 평가할 가능성이 커져 사교육을 부추길 우려가 있어서다.
저출생으로 학령 인구가 줄어드는데도 2024년 초·중·고교생 사교육비는 29조원을 넘어서며 4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