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경찰서 건물 전경
부산 부산진구의 한 신축 아파트 입주민들의 등기 업무를 대행한 대구 지역 법무사 사무소 사무장이 8억 원이 넘는 등기 비용 환급금을 횡령한 혐의로 입건됐다. 피해자들은 이 사무장이 자신들에게 돌려줘야 할 환급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주장한다. 지역 법무사 업계에서는 의뢰인들이 지역 협회가 보증하는 검증된 법무사와 연계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9일 부산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대구의 한 법무사 사무실 소속 A 사무장이 지난 5일 횡령 혐의로 입건됐다. A 사무장은 지난해 10월 부산진구 B 아파트 입주자 약 500명에게 지급해야 할 등기 비용 환급금 약 8억 4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를 본 B 아파트 입주자들은 잔금 대출을 담당하는 은행의 소개로 2024년 1월부터 A 사무장에게 등기 비용을 지급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 업무를 맡겼다. 법무사는 등기에 필요한 각종 세금과 수수료를 입주자들에게 예치금 명목으로 입금받는다. 만약 입주자들에게 받은 금액보다 실제 등기 비용이 적을 경우 차액(등기 비용 환급금)을 돌려줘야 한다.
등기 비용 환급금은 등기 과정에서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국민주택채권을 되팔 때 생긴다. 이 채권은 되팔 때 적용되는 할인율이 매일 달라지는데, 이 때문에 법무사들은 보통 등기 비용을 넉넉하게 받아 둔다. 이후 등기 접수 당일 할인율이 더 낮아지면 실제 비용이 줄어들면서 차액이 생기고, 이 돈이 환급금으로 발생한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실제 등기 절차는 지난해 9월 마무리됐다. A 사무장은 업무를 맡긴 이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10월 중순 이후 차례대로 환급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지했지만, 지금까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이에 대해 A 사무장은 “조사를 앞두고 있어 답변하기 곤란하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피해자들과 A 사무장 등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을 접수해 자세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단계”라며 “자세한 수사 상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지역 법무사 업계에서는 등기 의뢰인 피해를 줄이기 위한 관리·감독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부산법무사회 김치곤 회장은 “지역 협회가 보증하는 법무사와 의뢰인을 연계하는 제도적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은행 등 기관의 권유와 별개로, 당사자가 지역 협회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법무사를 직접 선임할 수 있다는 점도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